[미디어펜=김소정 기자]남한이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경의선 일대에 세운 송전탑을 북한이 철거하기 시작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일요일(24일)부터 북한군 수명이 투입돼 경의선 군사분계선(MDL) 이북에서 송전선을 제거하고 있는 모습이 우리군 감시자산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철탑 형태인 송전탑은 북한이 지난달 15일 폭파한 경의선 구간에서 개성공단까지 이어지는 도로에 수백m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한전KPS가 2007년 1월 총 48기를 완공하면서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후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되면서 전력 공급이 중단된 바 있고, 2018년 9월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에 따라 송전이 재개됐다. 하지만 2020년 6월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남측에서 더 이상 전기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현재 진행 중인 송전선 정리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송전탑을 해체·철거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합참은 “우리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송전선을 제거하고 있으니까 앞으로 송전탑까지 제거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면서 ”남북관계를 단절하려는 물리적 조치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이와 관련해 불법적인 재산권 침해 행위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하고, 북한의 이 같은 행위에 단호하게 대응해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올해 11월 12일 경의선 북방한계선에 방벽이 설치된 모습(위)과 올해 11월 21일 동해선 북방한계선에 방벽이 설치된 모습. 2024.11.26./사진=통일부
북한은 남북관계를 물리적으로 단절시키는 조치를 이어가면서 개성공단을 자체적으로 가동하려는 의도를 내보이고 있다. 미국의소리는 지난 18일자 ‘플래닛 랩스’(Planet Labs) 위성사진에 찍힌 개성공단 중심부의 한 공장 지대 사진을 공개하며, 북한이 공단을 무단으로 가동하고 있거나 가동 준비를 한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위성사진엔 공장 지대 곳곳에서 직사각형 모양의 하얀색 물체가 포착됐는데, 많은 양의 자재를 쌓아둔 것이거나 간이건물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짓는 선언을 했으며, 이후 물리적인 단절 조치를 이행하고 있다.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인근의 북방한계선 및 철책 일대에서 방벽 설치, 지뢰 매설, 옹벽과 대전차구 및 토산 설치 등 다층구조로 단절 조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26일 통일부가 확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남북을 잇는 주요 통로에 대한 단절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다층구조로 차단하고, 남북 공동 유해발굴을 추진했던 화살머리고지에도 불모지화와 지뢰 매설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이런 조치는 남북관계 단절 및 적대적인 두 국가 의지를 강조하면서 귀순 차단 및 유사시 대전차 장애물 활용 등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3월에 동해선 도로 펜스를 철거하면서 단절 조치를 시작했으며, 4월엔 경의선 도로의 가로등을 철거했다. 이어 현재 남북 연결 철로는 방벽으로 차단했으며, 도로는 아직까지 차량이 통행하는 것이 식별돼 차단을 하지 않았다. 다만 경의선·동해선의 경우 도로 좌우측에 방벽을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