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내리는 은행들을 향해 ‘예대금리차 축소’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은행권이 속을 앓고 있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근본적인 배경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이 자리하는데 당국이 이와 상반된 예대금리차 축소를 주문하고 나서면서 일선에서도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함에 따라 순차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잇달아 내린 반면 대출금리는 상승 기조를 유지하면서 예대금리 역주행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석 달 연속 확대됐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달 신규 취급 기준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 예대금리차는 평균 1.036% 포인트(p)로 전월(0.734%p)보다 0.302%p 확대됐다. 예대금리차는 지난 7월(0.434%p)에서 8월(0.57%p) 0.136%p 커졌고, 9월(0.734%p)에는 0.164%p로 더 확대됐다.
은행권은 지난 10월 한은이 통화정책 전환한 이후 순차적으로 수신금리를 낮춰왔다. 농협은행이 지난 10월 23일 주요 예·적금 금리를 0.25~0.55%p 인하한 데 이어 우리은행도 같은 날 적립식 예금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의 기본 이율을 연 0.20%p 내렸다. 하나은행은 지난 달 1일 11개 주요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25%p, 신한은행은 같은 달 8일부터 14개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0.05~0.15%p 낮췄다.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근본적인 배경에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주문이 자리한다.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적금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적금 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 추가 인상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 은행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위해 지난 7월부터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정부는 올 연말까지 가계부채 관리 주문한 상태여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은행을 향해 예대금리차 확대를 비판하며 대출금리 인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달 임원회의에서 “은행 예대금리차는 연초보다는 낮은 수준이나 최근 몇 달 동안 확대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주체가 금리부담 경감효과를 체감해야 하는 시점에 예대금리차 확대로 희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같은 달 24일 “기준금리가 내렸는데도 기존 대출금리는 내리는 게 조금 반영이 덜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은행권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과도한
예대마진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감안할 때 대출금리 인하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달 18일 “기준금리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더 내려갈 수도 있는데도 기업이나 가계가 부담하는 대출금리는 내려가지 않고 있다”며 “대출이자를 낮추는 방향의 움직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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