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성안하기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회의 종료 기일을 넘어서까지 이어졌으나, 결국 협약을 성안하지 못한 채 폐회했다. 회원국들은 내년 추가 협상회의(INC-5.2)를 열어 해당 내용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김완섭(오른쪽 두 번째)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해 개최국 연합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자 주최한 만찬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환경부
환경부는 INC-5가 일주일간 협상 끝에 2일 오전 3시에 종료됐다고 밝혔다. INC-5는 당초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열리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플라스틱 생산국과 소비국 이견 차로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회의가 길어졌고, 기한을 넘겨 이날 종료됐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되는 협약은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를 다룰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생산 감축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귀추가 주목됐다. 의장단과 분과회의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주요 협상 쟁점에 대한 국가들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됐지만, 협약 성안에 이르지는 못했다.
플라스틱 생산 규제 여부와 제품 및 우려화학물질 규제 방안, 재원 마련 방식 등에서 국가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협상 시작부터 의장이 제안한 협상 텍스트인 '제3차 비문서(Non-paper 3)' 지위와 협약 채택 시 만장일치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다수결 투표로 결정한다는 규칙을 두고 의견이 나뉘었다. 이에 각 조항에 대한 실질적 협상을 진행하는 컨택 그룹 회의가 지연됐다.
컨택 그룹 협상 이후에는 국가 간 입장 차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은 자발적인 국가 차원 노력을 강조했다. 반면 오염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도서국은 생산 감축 목표를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지지했다.
협상 바탕이 되는 의장 논페이퍼에는 '당사국총회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의 생산을 감축하기 위한 국제 목표를 설정하고, 모든 국가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1일 의장이 새롭게 제안한 5차 논페이퍼에는 '1차 플라스틱'과 '폴리머' 모두 괄호에 포함돼 이에 대한 협의를 다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 같은 간극은 협상 마지막까지 좁히지 못했고, 결국 협약 성안은 불발됐다.
반면 플라스틱 제품 디자인이나 폐기물 관리, 협약 이행과 효과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견 수렴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번 협상과 관련해 개최국이자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 소속인 한국 정부 역할이 매우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2일 성명서를 내고 "'생산감축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환경부 장관 발언과는 달리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생산 감축을 제안하는 제안서에는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며 "마지막에 진행된 전체 회의에서는 다른 정부대표단들이 생산 감축 지지발언으로 박수와 환호를 받을 때 '우리는 (INC-5에서) 합의를 위한 강력한 기반을 구축했으며 이는 모두가 자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발언했다"고 비판했다.
기후솔루션 또한 "협상 진행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주도적으로 명확하고 야심찬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고,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에만 초점을 맞춘 소극적인 태도를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외교부·환경부·해수부·산업부가 성안을 위해 원팀을 이뤄 끝까지 성안을 위해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향후 이어질 추가 협상회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플라스틱 협약 성안으로 국제사회의 플라스틱 오염 종식 노력이 진전될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해나겠다는 계획이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