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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무노조, 자기매매 규제 반대하면서 애꿎은 금투협에 '화풀이'

2015-10-21 16:46 | 김지호 기자 | better502@mediapen.com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이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투자회사 임직원 자기매매 근절 방안'과 관련해 금융투자협회에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건전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규제인데다 금융당국 규제의 실무 작업만을 담당하고 있는 금투협을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20일 사무금융노조 산하 15개 증권사 노조위원장들은 서울 여의도 금투협 빌딩 앞에서 증권사의 자기매매를 규제하는 금투협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무금융노조 측은 ‘증권노동자 내팽개치는 황영기 회장 사퇴하라!’는 과격한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초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증권사 직원의 월 매매 회전률을 500%, 매매 횟수를 하루 3회로 제한하는 방안을 낸 바 있다.

한 번 투자한 종목은 최소 5영업일 동안 의무 보유해야 하고 투자는 연간 급여 범위 내에서, 누적 투자금 한도는 5억원으로 설정하는 내용도 포함했다.일부 임직원의 과도한 자기매매 또는 선행매매 등 불건전거래행위가 고객과의 이해상충 및 금융사고를 유발하고 있는 만큼 이를 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금투협, 증권사와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자기매매 규제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이에 따른 자율규제 실무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금투협이 증권업노동자와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야할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한 불합리한 임금체계의 개선 없는 자기매매 금지는 결국 증권노동자의 임금감소와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대외협력국장은 “금감원의 자기매매 근절 방안에 대한 증권업계 주장을 전달하고 금투협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수차례 황 회장과의 면담을 신청했지만 일정을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황영기 회장에 대한 직무유기 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무금융노조 측의 주장과는 달리 시행될 예정인 자기매매 기준은 해외 사례에 비해 과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국내 금융투자사 임직원의 자기매매는 과도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 전체 임직원 3만6152명 중 88.4%인 3만1964명이 자기매매 계좌를 신고해 일평균 1.8회의 매매를 했다. 이는 외국계 증권사 임직원의 일평균 매매 횟수 0.1회의 18배 수준이다. 일평균 10회 이상 과다 매매 임직원도 1163명에 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고객자금 횡령 등 자기매매로 인한 사고사례가 너무 많아 규제를 안 할 수가 없다”며 “매매수수료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 직원은 실적 압박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일부 대형사는 이미 내부통제를 더욱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금융투자사 직원에 대한 자기매매를 더욱 강화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노조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야당에서 먼저 자기매매에 대한 규제 기준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금융당국의 자기매매 방지책이 외국에 비해 허술하다”며 “자기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 자기매매 성과급 폐지 등을 금융감독규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은 자기매매 주식 의무 보유기간이 30일, 일본은 타 증권사 계좌 개설을 금지하는 한편 자기매매 주식 취득분에 대해 최대 6개월의 의무보유기간을 두고 있고 영국은 임직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친인척 계좌까지 자기매매 제한 범주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 측은 “금융투자사 임직원 자기매매에 대해 더욱 강하게 규제하되, 성과급 체계도 함께 변경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미 금융당국이 업계와 합의한 사항으로 금투협은 실무만 담당하고 있는데다 일괄적으로 증권사의 임금체계를 변경할 권한이 없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사무금융노조가 굳이 금투협의 직무유기나 황영기 회장의 사퇴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이름이 높은 황 회장과 금투협을 걸고 넘어져 자기매매 규제에 대한 반대 효과를 더욱 높여보겠다는 사무금융노조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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