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에 대한 찬반 입장을 묻는 사이트 <치얼업 헌재>가 이슈다. 처음에는 네티즌들이 찬성 또는 반대 버튼을 눌러 투표를 하고 막대그래프로 그 결과를 보여줬는데, 찬성과 반대의 숫자가 거의 5:5 비율이 되자 사이트 운영자는 그래프를 삭제해버리고, 찬성한 사람들의 숫자만 보이도록 인터페이스를 바꿨다. 질문도 바뀌었다. 원래 “탄핵 찬성 vs 반대”로 찬성 또는 반대 버튼을 누를 수 있었는데, “탄핵에 찬성하시겠습니까?”로 질문이 바뀌며 버튼은 “찬성” 하나만 남게 되었다.
이에 논란이 일어나자 이제는 사이트를 막아버렸다. 그 이유가 가관이다. “‘치얼업 헌재’는 일부 사이트와 모임(단체)로 추정되는 조직적인 공격 및 부정한 접근으로 투표와 청원 기능이 무력화되어 사이트 운영을 중단합니다.” 탄핵을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일부 사이트와 모임에서 조직적인 공격과 부정한 접근을 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이 가능한 이유가 있다. 처음부터 ‘정답’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탄핵에 찬성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 당연히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 그게 사회정의라는 생각.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반대표가 나오니, 무언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어떤 세력의 개입이 있었을 거라는 논리.
이런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독재자를 만들고, 독재 정권을 강화하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제3세계에서 ‘투표’를 가장해 이루어지는 ‘독재’가 이런 식이다. 독재자에 대한 '표면적 여론'의 절대적 지지. 이를 반대하는 이들은 불순세력으로 레이블링. 불순세력은 자격이 없다며 의사 결정 과정에서 아예 배제. 딱 ‘치얼업 헌재’가 저지른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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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 찬반 사이트 '치어업 헌재'가 문 닫은 이유./사진=미디어펜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
재미있는 건, 저 사이트의 운영주체들이 수십 년 전 대한민국 군사정권 시절 그런 식으로 투표가 이루어졌다며 열을 올리고 침을 뱉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치얼업 헌재>는 좌파 성향의 미디어 ‘팟빵’과 ‘직썰’이 만들었다. 사이트가 오픈되고 나서 각종 좌파 성향의 언론들이 광고를 해줬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응원”하겠다며 만든 사이트이니 얼른 가서 찬성을 누르라는 것. 사실 ‘조직적인 여론조장’을 한 건 이들이 아닌가? 여기에는 국가 최고의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법리적 결정에 ‘민의’라는 이름의 ‘만들어진 여론’을 투영해서 압박을 가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뻔히 보인다.
그들은 탄핵반대론자를 모두 "불순세력"으로 매도하려하지만, 탄핵 찬반 문제는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느냐 비판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 이런 식의 "날치기 탄핵"에는 반대한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나는 법과 제도를 신뢰하고 이에 따라 국가가 운영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별검사가 120일이라는 활동 기간 동안 충분한 조사를 해서 대통령에게 죄가 있다면 이를 증명할 것이라 믿는다. 사실상 모두가 대통령의 적인 상황이기에 수사에 방해물이 되는 것은 없을 터다. 여론, 언론, 정치 -심지어 여당마저도- 모두가 대통령의 유죄를 바라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나 지켜보고 있다. 그럼에도 특별검사가 대통령이 죄가 있음을 증명할 수 없다면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게 사법 원칙이다.
그런데 지금 헌재에 탄핵안을 조기 인용하라는 압력을 넣는 이들을 보면 이 나라의 법질서는 무너진지 오래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절차인 특검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는커녕, 아직 활동도 시작 안 했고, 혐의 근거라는 타블렛PC의 정당성에 의혹도 제기되고 있지만, 사법 판단이고 나발이고 “우리가 원하니” 얼른 탄핵을 받아들이라는 것. 탄핵 결정에 압력을 넣기 위해 온라인 찬반 투표까지 만들어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는 모습. 그런데 막상 반대표가 많으니 투표를 조작해버리는 행동까지. 이럴 거면 재판은 왜 하나? 행여 탄핵심판에서 기각이 나오면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 아닌가. 정답은 정해져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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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검사가 대통령이 죄가 있음을 증명할 수 없다면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게 사법 원칙이다./사진=미디어펜 |
날치기 탄핵에 반대하는 많은 이들이 대통령의 지난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전례 없는 규모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죄가 드러나면 빼도 박도 못하게 증명해서 그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 사법적으로 증명된 게 없다. 특검 조사결과 안 나왔다. 그래서 우선 특검을 기다리고, 재판을 통해 죄에 따라 처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말이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렵나?
특검도, 재판도 필요 없고 ‘국민’(왜 이렇게 국민이라는 단어를 남용하나? 날치기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은 국민이 아닌가?)이 원하니 무조건 탄핵을 시켜야 한다는 논리면, 그냥 단체로 청와대에 쳐들어가라. 대통령을 광장 한복판에 끌고 나와서 일방적으로 유죄를 선언하고 처형해라. 그렇게 인민재판과 마녀사냥의 시대로 돌아가라. 그게 차라리 솔직한 모습 아닌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원칙을 지키는 척하면서 전체주의의 시대를 여는 것 보다야, 대놓고 미개와 광기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이 시대를 조명하며 교훈을 얻을 후대를 위해 낫다는 생각이다. /우원재 리버티타임즈 대표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우원재의 청년일기'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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