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와 시위의 보장·박근혜 정권에 분노하는 감정…탄핵정국 법·원칙 입각해야
오늘 날 광화문 한복판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떤 이는 박근혜의 퇴진을 요구하며 완전한 구속수사를 해야 한다고 하고 있고, 어떤 이는 사드 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하고 있고, 또 어떤 이는 이 나라 자체가 썩었으니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잘못 됐다며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조합해보면 결론은 한 목소리로 정리되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로 정리가 된다. 그렇다면 그 군중들은 무슨 힘으로, 무슨 원동력으로 한 곳에 뭉쳐져 있는 것일까? 그리고 2016년 오늘. 나는 왜 이 군중들의 목소리에 걱정을 가지게 된 것 일까?

군중의 정의, 왜 군중을 두려워하는가

이러한 군중들의 심리에 대해 귀스타브 르봉이라는 사회심리학 사상가는 군중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군중 속의 개인은 그 숫자 덕분에 무적의 힘을 가진 듯한 감정을 느끼는데, 이것은 그가 홀로 있었더라면 반드시 억압했을 본능에 따르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1)

귀스타브 르봉은 1895년 '군중심리학’이라는 책을 발표하며 군중이 가지는 광기에 대해 왜 그런 광기를 군중들이 표출하는지 날카롭게 지적한 바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121년전 르봉의 이야기가 대한민국에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현실은 아래의 사진으로도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 지금의 대한민국이 돌아가고 있는 현실을 보노라면 많은 정치인들은 의회에서 싸우지 않고 광장으로 나와 대중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에 힘을 쏟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생각해보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는 법과 원칙을 지키며 수사하고 지켜보면 되는 일이다. 그리고 대중들이 정권에 대해 분노하는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것 또한 당연한 것 이며 대한민국은 그런 대중들을 위해 집회와 시위를 보장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런 자유의 범주에 저런 비도덕한 발상을 보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 인 것 일까? 군중 속에 숨어 숨겨둔 자신의 잔인함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이 과연 '분노할 대상이 분노하기에 마땅하므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분노의 감정을 필터하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 과연 옳은 일 인 것 일까?

역사를 살펴보면 군중과 광장민주주의가 불러온 과(果)와 실(失)이 있었다. 대한민국에는 6월 민주항쟁이 그것이었다. 공감과 연대의 장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의 격을 한 단계 올렸고, 그로 인해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품격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군중의 힘으로 대변되는 광장민주주의의 역사는 뒤안길로 보내야 할 것 이다. 그러기에는 이미 군중의 잔인함이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프랑스 혁명정치를 모델로 들며 군중의 힘과 광장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그 혁명으로 인해 무고한 희생자 수가 몇 명 이었는지, 그리고 이 후 프랑스의 역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고있는지를.2)

우리나라는 굳건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다고 믿고 있다. 광장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 않으며 대의민주주의를 따르는 우리나라 역시 광장민주주의에게 빚을 진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욱 더 개인에 대해 집중해야 하며 이성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3차 산업 시기에서 4차 산업 시기로 넘어가는 시대적 변화를 따르는 것만큼 시대정신과 개인에 대한 존중, 그리고 그로부터 시작되는 군중에 대한 성향파악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되어야 할 것 이다. 그것으로부터 대한민국의 희망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돌아가고 있는 현실을 보노라면 많은 정치인들은 의회에서 싸우지 않고 광장으로 나와 대중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에 힘을 쏟고 있다. 대의민주제를 통해 선출된 국민의 대표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고 광장에,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고 자신들이 당신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그런 것 하라고 뽑은 것이 아님을 그들은 알아야 할 것 이다. 탄핵정국에 대해 책임을 지고 여당과 야당은 법과 원칙에 입각해 사실에 근거해 일을 처리해야 할 것 이며, 언론은 시선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보도를 내는 것을 자중해야 할 것 이며, 군중은 개인으로 돌아가 이 일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스스로 알아봐야 할 것이다.

   
▲ 귀스타브 르봉은 1895년 '군중심리학’이라는 책을 발표하며 군중이 가지는 광기에 대해 왜 그런 광기를 군중들이 표출하는지 날카롭게 지적한 바가 있다./사진=시민 제보


이성적 사고만 하는 개인으로 이루어진 국가는 절대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성적 판단을 하는 개인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믿는다. 개인이 가진 힘은 국가를 발전시킨다는 것을. 그리고 한 번 더 믿는다. 성난 군중 속에 들어가 자신의 잔혹함을 마음껏 드러내는 것은 결국 그들이 원치 않는 피의 복수극에 자신들도 모르게 주연과 조연으로 활약할 수 있음을 군중속의 개인들이 결국에는 알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지금의 대한민국은 바람 앞의 촛불과 같다. 이 촛불이 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민지식 자유경제원 인턴


1) 귀스타브 르봉 '군중심리학’ , 책세상 출판, 2016, p48

2) 1793년 로베스피에르로부터 시작된 자코뱅혁명정부 이후 50만 이상이 처형됐고 94년에는 자코뱅파와 로베스피에르가 처형당했다. 군중을 통한 광장민주주의의 역사는 이처럼 잔인한 피의 복수를 불러올 수 있는 악순환 또한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 이다.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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