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를 맞아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화두는 '국정 불안'과 '경제 위기'다. 특히 날로 어두워지는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수출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면서 희망을 보여주고 있지만 내수부진 우려가 여전하고 미국 새 행정부 출범, 최순실 사태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짙게 깔려있어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기업들은 이미 긴축·비상경영에 들어가고 신규 고용을 축소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미디어펜은 대내외 혼란기에 있는 우리 경제의 현실과 문제, 그리고 그 해법을 4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얼어붙은 경제, 기업이 살아야 풀린다
②재계 2017 재도약 "돌파구가 필요하다"
③업종별 기상도로 본 생존 전략 집중분석
④멈춰선 재계, 인사·경영계획 본격 시동
|
|
|
▲ 경제계는 경제 재도약의 방안으로 먼저 일자리 확대를 꼽고 임금과 고용의 '빅딜'을 제안한다. 사진은 채용정보 찾는 청년들. / 미디어펜 자료사진 |
[미디어펜=김세헌기자]우리 경제에 상상 이상의 한파가 불어 닥치고 있다. 수출과 내수 둔화로 경제 활력은 시들어가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못찾아 아우성이고 서민생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심지어 올해 경제는 더 혹독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기업, 은행, 경제연구소 등 경제 일선의 기관들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평균 2% 초반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6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당시 내놓은 내년 경제 성장 전망치 3%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미국 대선 결과,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등 예상치 못했던 변수들의 돌출을 고려해도 반년 만에 경제 전망이 무척이나 어두워졌다.
이 예측대로라면 올해 우리나라는 2012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을 하고, 3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점쳐진다.
나라 경제의 핵심 주체인 기업들의 올해 경제 전망은 크게 다르지 않다. 30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성장률을 최대 2.5%로 보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등으로 미국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는 우리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 금리도 동시에 상승한다면 한계 기업이 늘어난다. 기업은 물론 가계에 대한 대출이 부동산경기 악화와 함께 부실화되면 우리 경제에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외 경영 환경이 나빠지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 이미 대기업 계열사 32곳 가운데 21곳은 올해 투자를 동결하거나 축소하겠다고 밝혔으며, 투자를 늘린다는 기업은 10곳에 그쳤다.
요즘처럼 기업들이 사업 계획을 세우기 힘들게 만드는 것은 단연 불확실성이다.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은 단기적으로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지목되는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어 실제 그가 어떤 경제정책을 펼지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 수출은 20개월 가까이 내리막길이었으며, 당장에도 크게 좋아지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 국내로는 장기 저성장, 청년 실업 등으로 소비 여력과 심리가 얼어붙었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이 넘는 가운데 올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와 주택담보대출은 9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에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경기전망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선 경기가 'IMF 위기' 때만큼 나쁘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기업경제 체감↓…'"정면돌파 해법 찾아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89.9를 기록했다.
|
|
|
▲ 종합경기 BSI 추이 /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
종합경기 전망치는 8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이는 2012~2013년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전망치가 9개월 연속 100을 하회한 이후 처음이다.
BSI 전망치가 100을 웃돌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전경련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경기 기대감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업들은 불안한 국내 여건이 지속되면서 향후 경기에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가계부채 위험이 커지고 중국이 6%대 중속 성장 궤도에 진입하면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등 대외 여건도 부정적이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국내외 기관들이 2017년도 경제 성장률을 연달아 낮추는 등 새해에도 기업 심리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자산 삼아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위기는 돌파하는 것 외 달리 수가 없다”며 “정국 혼란을 핑계로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혁신, 기술개발, 경제구조 개혁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올해 추락과 도약의 변곡점에 선 우리 경제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고용확대, 신산업육성 등에 달렸다는 한 목소리를 낸다.
잠재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 기업 성장생태계의 악화, 부채 디플레이션의 심화를 들어 우리 경제의 장기 저성장기 진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경제 재도약의 방안으로 먼저 일자리 확대를 꼽고 임금과 고용의 '빅딜'을 제안한다. 성장, 고용, 분배의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핵심과제는 노동시장 구조의 혁신, 특히 임금유연화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진단에서다.
임금이 생산성과 일치하도록 임금시스템을 개편하면 근로자의 생산성 증대, 생산성의 형평성 확보가 이뤄져 기업경영이 자유로워지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금유연화를 위해 기득권을 지닌 근로자들의 동의나 양보가 없다면 결국 비정규직, 하청업체 등에 노동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투자 활성화 확대 급선무
|
|
|
▲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왼쪽 세번째)이 1일 새해 첫 현장으로 수출 전진기지인 인천신항을 방문해 현장근로자들을 격려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제공 |
경제계는 이와 함께 수출, 제조, 대기업 중심에서 내수, 서비스,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하는 균형 성장이 이뤄져야 경제 성장의 탄력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성장에서 벗어날 동력으로 혁신적 신산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미국 기업이 최근 부활한 배경에는 제조업의 혁신이 있다. 이에 비춰 경제성장을 위해선 혁신, 제조기반, 비용경쟁력 세 가지 요소가 수반돼야 한다는 게 경제계의 공통적 견해다.
제조업 부문에서는 우주산업, 무인자동차, 3D 프린팅, 웨어러블 기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신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우린 경제는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과의 융합 단계로 이동하면서 제조업 비중이 줄어 고용도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 부문과 서비스업 고부가가치 창출의 바탕이 되는 제조업 부문을 융합해 육성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벤처투자를 혁신 창출의 강력한 수단으로 도입하고 도전적인 청년 벤처기업의 탄생을 지속적으로 돕는 '산파'가 필요하다고 경제계는 입을 모은다.
경제계는 특히 올해에는 일자리와 소득이 크게 늘어나는 경제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으로 전 세계에 불어닥칠 것으로 보이는 보호무역주의에 대처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을 필요로 하고 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올해에도 수출 부진과 내수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내외적 불안요인까지 더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전망"이라며 "경제 주체들의 불안심리 확산을 막고 대내외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가운데, 신사업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은 혁신과 협업을 통해 최근 약화한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재확립하고, 세계적인 신산업 선점경쟁을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글로벌 저성장과 함께 내수가 둔화되고 산업경쟁력이 약화될 전망"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이나 지원 등을 계속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