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사업계획 수립 난관…구체적 방안도 미흡
"불확실성 증대, 규제개혁 등 내부 체질개선 필요"
[미디어펜=김세헌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의 출범이 오는 20일로 다가오면서 국내 재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 연합뉴스

재계는 앞으로 불어닥칠 것으로 보이는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대미 수출 악화와 이로 인한 국내외 경제 전반의 위축을 우려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점 재협상 등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무역주의에 역행하는 각종 공약을 실제로 추진한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정책을 이끌 수장 3명 모두를 강경 보호무역주의자로 채움에 따라 우리나라를 향한 통상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수출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그간 보호무역을 주장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져 올해 사업계획 수립에도 어려움이 커졌다"며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지만 대부분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앞서 선거 과정에서 TPP, 한미FTA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정해야 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상대가 어떤 패를 낼지 모르는 이상 대책 마련 준비는 원론 수준의 방안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오히려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이 된 뒤 공약을 얼마나 어느 정도 강도로 실행하느냐에 따라 침착하게대응 방향을 찾아 나서는 게 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협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 맞게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새로운 형태로 주도해 나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의 눈은 자연스레 정부를 향해 쏠려있다. 특히 자동차, 전자·IT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많이 주문하고 있다.

   
▲ 선적을 기디리고 있는 수출 차량들 / 미디어펜 자료사진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자동차와 부품 관세 인상이 걱정되고 미국 현지화 요구가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지에 생산거점이 없는 기업 입장에서는 대미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도 "최근 각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만큼 정부가 이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며 "철강은 환율에 민감한 업종인 만큼 정부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외환정책 관리에도 힘을 쏟아줘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해 주요 시장에서 보호무역 추세가 확대될 경우를 대비한 더 치밀한 경제전략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당장 미국의 무역전쟁 전선은 중국과 멕시코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나라도 덩달아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전반적으로 무역장벽을 높이면 한국의 수출에도 직접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무역장벽을 피해 값싼 중국산 제품이 우리나라로 밀려들게 되면 최근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국내 수출산업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우리나라 철강업계는 저가의 중국산 철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화가 약세를 보인다면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면에서 과도한 우려는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안으로라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이나 지원 등을 계속 확대해 자동차뿐 아니라 우리 산업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방안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