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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단장 고전특강(156)-애국의 사자후 마음을 훔친 위대한 연설들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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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02-23 11: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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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지식이 넘치는 사회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치관의 혼돈을 겪고 있는 '지혜의 가뭄' 시대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복잡화 전문화될수록 시공을 초월한 보편타당한 지혜가 더욱 절실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고전에는 역사에 명멸했던 위대한 지성들의 삶의 애환과 번민, 오류와 진보, 철학적 사유가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고전은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각을 더 넓고 깊게 만들어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지혜의 가뭄을 해소하여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사단법인 행복한 고전읽기'와 '미디어펜'은 고전 읽는 문화시민이 넘치는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드는 밀알이 될 <행복한 고전읽기>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박경귀의 행복한 고전읽기(156)-민주정 수호를 위한 애국의 사자후
페리클레스(BC 495?~BC 429) 외 『그리스의 위대한 연설』

   
▲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말의 위력이 경쟁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던 곳은 기원전 5세기에서 4세기의 아테네였다. 수사학으로 갈고 닦은 연설가들이 주름잡던 시대였다. 민주주의가 이런 토양을 만들었다. 원하는 대중은 누구나 민회에서 연설할 수 있었다. 그러자 대중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소피스트들이 나타나 연설의 교사를 자처했다. 남들 앞에서 번듯한 연설을 하고픈 사람들은 돈을 내고 이들의 연설 수업을 들었다. 

이 시기에 아테네에서 활약한 10대 연설가들이 있었다. 안티폰(기원전 480~411), 뤼시아스(기원전 459~380), 안도키데스(기원전 440~390), 이소크라테스(기원전 436~338), 이사이오스(기원전 420~340), 아이스키네스(기원전 397~322), 뤼쿠르고스(기원전 390~325), 휘페레이데스(기원전 389~322), 데모스테네스(기원전 384~322), 데이나르코스(기원전 360~290)가 그들이다. 플루타르코스는 이들 열 명의 탁월했던 연설가들의 생애와 작품을 전해주는 『10명의 연설가의 생애』를 남겼다. 

이 책 『그리스의 위대한 연설』에는 아테네의 위대한 연설가에 속했던 페리클레스, 뤼시아스, 이소크라테스, 데모스테네스의 연설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네 명의 연설가는 모두 아테네의 격동기에 활약한 이들이다. 이들은 조국이 위기 처했을 때 각자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애국심을 표현했다. 이들은 대중들에게 치열한 논쟁거리가 되었던 화두에 대해 자신의 정치 철학이 담긴 사자후를 내뿜었다. 그러나 혹자는 성공하고 혹자는 실패했다.

이들 가운데 페리클레스는 전문 연설가라기보다는 정치인이었다. 그가 연설 기법을 누구에게서 배웠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어떤 전문 연설가보다도 담대하고 감동적인 연설로 대중을 설득시켰다. 실제 연설에서 그만큼 연설을 통해 극적인 국면 전환을 성공시킨 예도 드물다. 그는 자신에게 적대적인 대중을 향해 그들의 잘못된 인식과 태도를 질책할 수 있을 만큼 스스로의 언행에 부끄럼이 없었기에 연설은 더욱 힘차고 당당했다.

페리클레스 연설은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실려 있다. 페리클레스의 연설 세편은 스파르타와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벌이던 아테네의 국난의 시기에 행해진 것들이다. 두 번은 민회연설이고, 한 번은 장례식 추도연설이다.

페리클레스는 첫 번째 민회연설에서 델로스 동맹 해체와 아테네의 고립을 기도하는 스파르타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으므로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아테네가 누구에게도 예속될 수 없다는 철칙을 일깨우며, 아테네의 강력한 해군력으로 나라를 수호할 수 있다는 승리의 희망을 심어준다.

특히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면 전쟁으로 인해 잃을 수 있는 땅과 집에 대한 미련과 애착을 버려야 한다는 모진 요구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쟁에 대한 공포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설득할 수 있는 정치가가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집과 땅이 아닌 사람을 잃은 것에 대해서만 통탄해야 합니다. 그것들이 사람들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것들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그는 결국 아테네 시민들을 설득시켜 스파르타와 전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전쟁은 필연적으로 희생자를 낳는 법. 아테네는 전사자들을 국가장례로 예우했고, 페리클레스는 그 장례식장의 추도연설을 맡았다.

그는 용맹스럽게 싸우다 전사한 전사자의 애국심과 용기를 칭송하고, '헬라스의 학교'인 아테네의 민주주의와 사회 문화적 유산들의 고귀함을 찬미한다. 아테네 시민들이 죽음으로써 지켜내야 할 조국의 위대함을 재인식시킴으로써 전사자들의 희생을 더욱 고귀한 것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살아남은 자들에게 전쟁에 임하는 새로운 용기를 북돋운다. 

"행복은 자유이며 자유는 용기라는 것을 깨달으셨다면, 전쟁의 위험을 관망만 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목숨을 버릴 정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은, 좋아지리라는 희망이 없는 고된 생활을 하는 자들보다는 살아 있는 동안에 상황이 역전될 위험이 있고, 실패하면 잃을 것이 가장 많다고 여기는 자들입니다. 용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비겁한 삶에 뒤따르는 치욕이 활력과 공동의 희망에 뒤따르다 자신도 모르게 맞이하는 죽음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페리클레스의 연설은 논리 정연할 뿐 아니라 청중의 심리를 간파하여 정서를 파고드는 절묘한 문장을 구사한다. 화려하게 치장한 문체가 아니다. 그러나 담백하면서도 힘이 있다. 전쟁의 피해가 극심해지고 시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자 페리클레스를 원망하며 종전이나 항복을 바라게 된다. 그 때 페리클레스의 연설의 힘은 더욱 빛을 발했다. 자신을 탄핵하는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시민들의 잘못을 질책하면서 상황을 역전시킨다. 이 두 번째 민회의 연설이야말로 페리클레스의 강건한 기백과 정치철학, 그리고 소통과 설득의 묘미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연설의 백미다.

"국가 안의 개개인들은 번영하지만 도시 전체가 망할 때보다는, 도시 전체가 똑바로 서 있는 것이 개인들을 더 이롭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개인적인 일을 잘해낸다고 해도 조국이 파괴되면 그 역시 국가와 함께 공멸하는 반면, 조국이 번영하면 불운한 자도 그 안에서 훨씬 잘 보호받으니 말입니다."

페리클레스는 전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민중을 향해 개개인의 번영과 파멸이 국가에 달려 있음을 역설한 것이다. 개인에 앞서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페리클레스는 시민들이 전쟁에 동의했던 당시를 상기시키고 힘든 일을 겪게 되자 후회하는 시민들의 변심을 지적하며 용기를 갖고 다시 적들에게 전진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전쟁에 수반되는 괴로움을 견뎌내는 불굴의 용기를 절실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페리클레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시민들을 설득하여 스파르타에 맞서게 했다. 하지만 좁은 성곽 안에 수많은 피난민들이 몰려 생활하는 바람에 생긴 역병으로 수많은 시민이 죽어갔고, 그 역시 목숨을 잃었다. 기원전 429년의 일이다. 걸출한 지도자를 잃은 아테네는 대중들에 아부하는 정치가들의 오판과 지도력 부재, 대중들의 개인주의와 이기심으로 인해 결국 27년간 지속된 스파르타와의 전쟁에서 굴복하고 만다. 그 때는 기원전 404년이다.

뤼시아스는 최고의 법정 연설문 작성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의 '에라토스테네스 고발 연설'도 명연설로 꼽힌다. 아테네가 스파르타에게 굴복한 후 스파르타의 꼭두각시 정권으로 '30인 참주정권'이 등장했다. 이들은 무고한 시민을 죽이고 재산을 강탈하는 등 만행을 저지르다 1년 만에 전복되고 민주정이 회복되었다. 뤼시아스는 '30인 참주정권'에 참여했던 에라토스테네스의 죄상을 고발하고 그에게 가혹한 징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테네를 민주정을 파괴하고 시민의 목숨과 재산을 해친 사악한 무리를 질타하는 뤼시아스의 의분이 도도하게 끓어 넘치는 연설이다. 자신의 형이 이들에 의해 죽고 재산을 강탈당했고, 자신도 이들의 추적을 피해 간신히 목숨을 무지했던 사원(私怨)이 그를 더욱 격동시켰던 듯하다.

이소크라테스는 연설문 대필로 이름을 날렸고, 기원전 390년경에 자신의 수사학 학교를 열어 교육에 힘을 쏟았던 사람이다. 그는 당시 활약하던 기존의 소피스트들을 사리분별 없이 무모하게 허풍을 떨고 있다며 비판하고 보다 진지하게 철학에 임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수사학의 이론적 논의를 지양하고 교사의 모범적인 표본과 실례 제시를 통해 실천 중심의 교육을 강조했다. 설득과 소통의 실천적 수사학을 주장했던 것이다. 그는 말년에 신흥 강국으로 부상하던 마케도니아에 의한 그리스의 대통합을 꿈꾸며 친마케도니아 노선을 걸었다. 그러나 기원전 338년 카이로네이아 전투에서 마케도니아가 아테네와 테베의 동맹군을 격퇴시키자 스스로 단식하다 죽었다고 한다.

이소크라테스의 연설 '시민 대축전에 부쳐'는 아테네를 중심으로 그리스가 합심 단결하여 페르시아를 원정하자는 그의 주장을 담고 있다. 이소크라테스는 아테네가 우수한 정치체제와 도시 관리체계, 그리고 풍부한 물산을 갖춘 시장 등 우수한 자산을 갖고 있는 명예로운 나라임을 칭송하며 시민들에게 자신감을 고취하고 있다. 

특히 그는 아테네가 과거 이방인과의 여러 번의 전쟁에서 가장 용맹스럽게 앞장섰다. 또 헬라스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낸 영광을 시민들에게 상기시키며 헬라스에서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소크라테스는 그리스 도시 국가 간의 소모전 전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이방인과 전쟁을 함으로써 헬라스의 평화를 확고하게 유지할 나갈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연설은 시민들을 설복시키지 못했다. 당시의 아테네는 더 이상 자유의 열망이나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지 못했다. 특히 시민들의 자발적 복무의 관습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을 때였다. 이런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듯 싶다. 

아테네 최고의 연설가로 뽑히는 데모스테네스는 마케도니아 필립포스의 제국주의적 야욕에 맞서 아테네를 지켜내려 했다. 그는 예증과 수사적 연역 추론을 적절히 조합하여 논증을 끌고 가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데모스테네스는 알렉산더의 심복이었던 하르팔로스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는 오점을 남겼다. 이로 인해 반마케도니아 진영의 리더였던 휘페레이데스와 데이나르코스의 강력한 탄핵을 받았다. 결국 재판에 회부되어 50달란트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국외로 추방당했다.

데모스테네스의 연설 '필립포스를 경계하며'는 마케도니아의 패권적 야욕을 고발하면서 아테네의 자유 수호를 위한 시민의 각성을 촉구하는 피 끓는 연설이다. 그는 마케도니아와 맞서 싸우기 위해 필요한 함선과 병력, 용병의 보충과 보수의 지급 등 전쟁의 방책을 열거하면서 시민의 참전의지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데모스테네스의 연설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국력이 기운 아테네의 여론은 이미 친마케도니아 세력과 반마케도니아 세력으로 양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가 주장한 전쟁 준비가 실제로 이루어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그가 아테네의 자유 수호와 독립 유지에 대한 열망으로 격정의 연설을 쏟아내었지만 시민들의 공감과 동조를 얻어낼 수 없었다.

연설의 성공여부를 떠나 이들 네 사람의 연설은 모두 당대의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아테네 지도층의 고민과 해법을 담고 있다. 대중의 결정력을 갖고 있던 민회나 법정에서 이들은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논리와 증거를 제시하거나 격정적으로 호소했다.

이들의 연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실제로 어떠했을까? 또 이들 연설에 대한 반대 연설은 누가 어떻게 전개했을까? 전후 관계를 알 수 있는 연설들이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아 그 궁금증을 해소할 길은 없다. 더군다나 복잡다단한 시대적 사건과 환경 속에서 당시의 대중들이 느꼈을 정서를 가늠해 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이들 연설가의 연설을 통해 추정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연설은 소통과 설득의 기술이다. 연설 기술에 달통했던 이들은 대중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었고,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설파할 수 있었다. 당시 널리 알려졌던 연설가들의 실제 연설을 듣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들의 농익은 연설 기법을 맛볼 수 있는 동시에, 연설의 화두와 관련된 당대인의 사유 방식과 사회상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경귀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사단법인 행복한 고전읽기 이사장  

   
▲ ☞ 추천도서: : 『그리스의 위대한 연설』, 페리클레스 외 지음, 김헌 외 옮김, 민지사(2013), 398쪽.

[박경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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