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전자가 ‘사면초가’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이어 최고 경영자의 청문회 출석까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 훼손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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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
23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권오현 삼성전자 DS 부문장(부회장)과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오는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개최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 백혈병 피해에 관한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삼성전자에 반도체 공정과 백혈병 발병의 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 100여건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는 반도체 생산 공정도 등 ‘산업 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자료가 만약 공개 될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굴기’를 앞세운 중국의 추격이 가시화 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핵심 미래 경쟁력’이 손상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난감한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환노위 위원들이 요구한 자료를 최대한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워낙 민감한 자료들이 많아 정보 공개 수위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전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정보가 외부로 유출 될 경우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환노위 위원들은 반도체 공정의 라인 배치와 사용물질, 각종 측정값 등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환노위 의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자료는 매우 민감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반도체 전문가들이 마음먹고 분석하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정을 그대로 베낄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수 십년간 쌓아온 삼성전자의 반도체 노하우가 한 번에 날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업계는 중국 기업의 자료 입수를 걱정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확대를 추진하는 중국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자료 관련사항을 외부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자문을 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 3자에 의한 정보유출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반도체 자료가 중국에 넘어가면 삼성전자는 물론 우리 반도체 경쟁력에 치명타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점차 확대되는 삼성전자의 경영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순실 게이트’의영향으로 사장단인사와 조직 개편 등 주요 사안들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다. 재계 일부에서는 총수 공백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치권이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권 부회장까지 청문회에 출석시키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는 불만도 나온다.
최근 권 부회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전날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제41회 정기총회’ 참석한 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면회를 다녀왔느냐’는 질문에 “그럴 시간이 없다”고 답했을 정도다. 비상이 걸림 삼성전자의 현안을 챙기기에도 일정이 빠듯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현재 삼성전자는 청문회 준비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명의 임직원이 환노위 의원들이 요구한 답변 서류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중요 현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가운데 핵심 인력이 청문회 준비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환노위가 삼성전자의 실무 사장을 불러도 반도체 사업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상징적으로 권 부회장의 출석을 요구한 것 같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부담을 가중 시킬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기업의 사정을 고려한 정치권의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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