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정부의 현실인식이 시장 상황·민심과 동떨어져, 그로 인해 경제 해법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혁신벤처기업인 7명과 간담회를 갖고 혁신성장을 강조했지만, '정부 정책이 나올 때마다 시장왜곡이 우려된다'·'주 52시간제도 또 하나의 규제'라는 쓴소리가 빗발쳤다.
김택진 NC소프트 대표는 간담회에서 "한국은 해외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쉽고 자국기업이 보호받기 어렵다. 정부가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켜 달라"고 강조했고, 김범석 쿠팡 대표는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넘은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외자 유치가 필요한데 (정부 정책) 불확실성이 이를 막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참석자들이 '국내 반기업 정서가 심하다'고 입을 모으자 "초기 (기업인들이) 부를 이루는 과정에서 정의롭지 못한게 있었다"며 투명 경영을 강조해 이를 전해들은 기업인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문재인정부의 현실인식이 시장 상황·민심과 괴리감이 크다는 것은 문 대통령 발언에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고용노동부·산업부 장관 등 주요 경제부처 관료들이 문 대통령과 입을 맞춰 혁신성장·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각종 투자규제와 노동규제·경영권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악영향을 보완하기 위한 탄력근로제 확대 또한 당연히 실시되어야 하지만, 이를 주도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확대기간 논의가 아니라 사회적대화라는 미명 하에 노동계의 강력 반발에 부딪혀 벌칙 신설 등 양측 입장차만 선명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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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2월1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정례보고를 받고 있다./사진=청와대 |
더욱이 온갖 경제지표가 뚜렷하게 몇십년 만의 고용참사를 가리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작해 전국 초중고·대학·지자체·공공기관에 2만부를 배포한 자료집에서 "청년고용률과 고용의 질은 나아지고 가계소득이 늘어났으며 노동생산성은 높아졌다"고 밝혀 빈축을 샀다.
자료집은 실업률 관련 지표들이 통계작성 이래로 가장 높았다는 점, 저소득층 가계소득이 줄고 고소득층 소득만 늘어 분배지표가 악화됐다는 점,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OECD 중 꼴찌 수준이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아 정부에게 유리한 지표만 골라서 소개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정부와 발맞추고 있는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현실 인식 또한 빵점에 가깝다.
2월 임시국회 일정이 불투명한 가운데 당정은 '공정경제'·'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기업들에게 최고의 리스크로 떠올랐다.
당정이 추진하는 개정안들은 대주주 의사결정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외국계자본의 경영개입을 허용하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기업에 대한 검찰의 별건수사 가능·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 허용 등을 골자로 삼고 있다.
민주당 제2사무부총장인 소병훈 의원은 지난 6일 설 민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OECD중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지난해 11월 OECD가 발표한 2018년 각국 성장률 전망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6개국 중 21위에 그쳤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현실 인식으로는 경제를 살리지 못한다.
최악의 경제지표 및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문재인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강행은 국민 불신이라는 역풍을 초래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