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공수처 등 10개 법안 패스트트랙 추진
'여야4당 vs 한국당' 협상카드로 전락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이 11일 패스트트랙 강행을 놓고 대치 정국을 연출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목줄을 쥐었다'는 평가를 받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 추진으로 현실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 4당이 이날 입법연대를 통해 패스트트랙 추진을 결정한 법안은 선거제 개혁 및 공정거래법을 비롯해 검찰청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부패방지법·형사소송법·국민투표법·국회법·행정심판법·국가정보원법 등 10건이다.

이중 민주당과 정부가 '공정경제'·'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추진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기업집단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을 골자로 삼아, 그동안 공정위만 행사하던 고발권을 검찰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당정 협의로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고발권이 확대될 경우 검찰이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을 수사하다가 혐의 입증이 벽에 부딪혀도 기업의 다른 위법 여부를 저인망식으로 훑는 별건 수사가 가능해진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더 큰 문제는 총수지분 기준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당정이 입법예고한 대로 패스트트랙을 통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대상 기업은 2018년 231개사에서 607개사로 대폭 늘어나고 총수일가 지분을 일부 팔아야 해서 현대차 등 기업 수백곳에서 주가하락이 일어나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또한 지분을 계열사에 팔 경우 배임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클 전망이다. 다만 이처럼 총수지분 기준을 강제로 낮추는 입법사례는 다른 나라에서 찾기 어렵다.

지난 8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법 패스트트랙을 끝까지 하는게 아니라는 걸 가정한다면 민주당은 다른 야당을 속여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처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거래법으로 기업을 정치에 옭아매는 등 모든 법안을 자신들 입맛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 여야 4당이 11일 입법연대를 통해 패스트트랙 추진을 결정한 법안은 선거제 개혁 및 공정거래법을 비롯해 검찰청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부패방지법·형사소송법·국민투표법·국회법·행정심판법·국가정보원법 등 10건이다./사진=미디어펜


또다른 문제로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결단만 하면 패스트트랙 기간(330일)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본회의 넘어가기 전 안건을 쥐고 있는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언제든 결정만 하면 표결에 부칠 수 있고, 안건이 올라온 후 본회의 표결에 언제 부칠지는 국회의장 권한이기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안건은 소관위원회에서 180일간 심사,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되어 90일간 심사, 본회의 논의 시작 60일 내에 안건이 상정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찬반 표결에 부쳐지는데 이 기간을 모두 합하면 330일이다.

이날부터 3월 임시국회가 정상적으로 열리면서 향후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 4당과 한국당 간의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내년 총선을 두고 여야간 정쟁에서 협상카드 중 하나로 제시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기업을 더 옭아매는 방향으로 입법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