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가가 국민의 빈 주머니를 채워줘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선제적 경기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오는 25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으나, 재정을 무의미하게 살포하는 허비가 될지 소비·생산 회복을 진작시킬 수 있을 것인지 갈림길에 놓였다.
당초 추경은 미세먼지 대책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강원도 산불 사고를 계기로 '국민 안전' 추경으로 확대되더니 급기야는 사회간접자본(SOC)·일자리·소상공인 지원 등 경기부양 항목이 줄줄이 추가됐다.
문제는 올해 470조원 규모의 '슈퍼예산' 중 40%도 지출하지 못한 상황인데 6조원대로 예상되는 추경을 4월 조기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추경은 대개 연중 하반기에 편성되어 집행한다. 이를 '슈퍼예산'을 본격적으로 집행하기 전인 4월에 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퍼주기'라고 반발하고 나서 국회 통과에 진통이 예상된다.
또다른 문제는 추경의 표면적인 이유인 미세먼지 저감대책이 저소득층 및 야외근로자 250만명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 등 '땜질식'에 불과해, 재정을 살포해도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전년(2017년) 대비 127조원(8.2%) 급증한 1682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나라 빚이 지속적으로 불어나는 상황 속에서 정부가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일부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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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2일 고위 당정 협의회를 마친 후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참석자들이 나란히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만나 "재해 추경과 총선용 경기부양 추경을 구분해서 제출해달라"며 "총선용 추경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민 호주머니를 ATM(현금자동입출금기)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물론 이러한 우려와 달리, 추경이 정부 복안대로 재정적 자극을 일으킨다면 경기 진작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언론브리핑에서 "투자와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밝힌 대로 추경 편성으로 충분한 재정적 자극이 주어질 것을 고려하면, (한국은) 2.6%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 국장 브리핑에 배석한 케네스 강 담당부국장은 "추경 재원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노동시장을 활성화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는데 쓰여야 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경기 진작의 전제 조건을 밝혔다.
올해 추경이 편성 확정되면 2015년부터 5년 연속, 문재인정부에서는 3번째 추경이 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정을 풀겠다는 취지지만 올해 봄철 정부 추경안이 세간에서 우려하는대로 '재정중독이 아닌'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