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지지, 한진칼·대한항공 주주총회서 결정타
KCGI, 한진칼 지분 담보로 차입한 대출금 만기 도래…반격 어려울 듯
허희영 교수 "조 회장, 구조조정 통해 부채비율 낮추는 데 신경 써야"
   
▲ 2019 IATA 연차총회에서 모두발언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로 예상되던 국민연금공단의 지지까지 얻어내 KCGI 등 외부 세력으로부터의 경영권 수성에 성공했다.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 등 반대파의 반격 가능성도 있으나 조원태 회장은 현 경영 위기 상황 돌파가 급선무인 만큼 이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한진칼·대한항공은 각각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빌딩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 대한항공은 지난 27일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사진=대한항공
◇조원태 회장, 국민연금 의결권도 얻어내며 승승장구

대한항공 주총의 경우 시작 30분만에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 모든 안건이 원안 가결됐다. 특히 이사 선임·해임안과 관련,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돼온 '66%룰'도 과반 이상으로 개정돼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중복 위임장 확인 절차 탓에 3시간 가량 지연됐던 한진칼 주총에서도 재무제표·이사 보수한도·정관 일부 변경 승인 등이 매끄럽게 이뤄졌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도 지난 26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예고했듯 이날 최대 관심사였던 한진칼·대한항공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였던 조원태 회장과 나머지 사내·외이사 후보들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을 위시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과의 제1라운드에서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KCGI? 이빨 빠진 호랑이 다 됐다"

일각에선 꾸준한 한진칼 주식 매집으로 42.13%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연합 측이 임시 주총을 요구하는 등 반격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들 중 최대 주주인 KCGI는 결정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각 저축은행·증권사들과 맺은 계약 목록./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KCGI가 지난해 그레이스홀딩스·엠마홀딩스 등 차명으로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이자율이 높은 각 증권사 또는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들과 12개의 계약을 체결하며 차입한 자금의 대출 만기가 차례차례 도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대출 만기가 지난 것도 있어 연장을 해야 하는데, 이자율이 높기 때문에 KCGI가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크고, 장기전으로 갈 경우 배(대출금) 보다 배꼽(이자)이 더 커지는 '수익 대참사'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상한가를 치며 8만원 중반대까지 오르던 한진칼 주가가 최근 코스피 흐름 등의 영향으로 급락한 것도 KCGI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런 이유로 상당히 몸이 달아있는 사모펀드 KCGI에겐 시간이 곧 돈인 셈이기 때문에 한진칼 투자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거나 손실을 보고 한진칼을 손절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다시 말해 이해타산에 의해 맺어진 삼각편대의 오월동주 식 동맹 고리가 조만간 깨질 것이라는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중차대한 경영 리스크들 중 하나였던 경영권 분쟁에서 벗어나게 됐고, 현재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주력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 "조원태 회장, 한진그룹 계열사 재무구조·군살 빼기에 주력해야"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조원태 회장이 이번 주총을 통해 주주들의 신임을 받았다"며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하은용 부사장 등 젊은 경영진이 대거 포진해 위기 대응 능력에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 회장이 대한항공으로 대표되는 한진그룹을 잘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약점으로 꼽히는 부채비율 저감에 신경써야 한다"며 "추가적인 유휴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 내실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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