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이낙연 "피해자와 가족께 깊이 사과. 국민 여러분께도 송구"
김종인 "당헌 적당히 고쳐가며 후보 내는데 솔직하지 못한 자세"
[미디어펜=박민규 기자]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더불어민주당이 6개월여만에 피해자와 국민을 향한 사과의 메세지를 내놨다. 야권에서는 '선거용 사과', '뒷북 사과' 등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사과'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의 판단과 관련해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권위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피해자와 가족들께 깊이 사과를 드린다. 국민 여러분께도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밝혔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이날 "피해자, 상처받은 분의 마음을 어떻게 보듬어드릴 수 있는 방법이라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하지만 당 대표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의 연이은 사과에도 당을 향한 비판 여론을 잠식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그동안 피해자를 향해 '피해호소인' 또는 '피해고소인'으로 지칭했고, 이를 두고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더구나 정의당의 성추행 대응 방식과 비교되면서 민주당을 향한 여론의 시선은 더욱 따가워졌다. 

특히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을 두고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정의당은 입장문에서 발표한 것처럼 이 사건을 무관용의 원칙으로 조치해야 한다"고 논평을 내자 '유체이탈' 대응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권인숙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의당 사건에 대해 민주당에서 발표한 입장문은 사실 너무 부끄럽고 참담했다"며 '"민주당도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비판의 메세지를 전했다. 

이소영 의원도 "이번 사건을 비롯해 우리가 아프고 괴롭게 고백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 내 성폭력에 대해 자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사진=서울시 제공
야권은 이번 보궐선거가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의 성추문이 원인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총공세에 나섰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민주당을 보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분명한 태도도 취하지 않는다"며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을 적당히 고쳐가면서 후보를 내는데 솔직하지 못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박 전 장관을 겨냥해 "인권위 조사 결과가 나온 다음 날 바로 출마선언을 하면서도 애써 모르쇠로 일관하는 몰염치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야권의 비판에 대해 민주당 한 의원은 "선거용 사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확실하게 사실관계가 밝혀진 만큼 이에 따라 늦지 않게 사과 발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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