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교협, 온라인서 토론회 개최…손양훈·온기운·이덕환·주한규·성풍현·박주헌·홍성걸 교수 등 참가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탄소중립은 에너지전환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를 의미하지만, 지금 발표되는 에너지정책들은 과거와 같이 고정적·확정적인 계획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가 온라인을 통해 개최한 토론회에서 "탄소중립 선언 이후 2달 뒤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탈원전의 명분을 살리기 위해 미래 전력수요를 낮춰 잡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교수는 "화석에너지 사용을 멈추고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 공급할 수 있다고 해도 전력공급이 현재(120GW)보다 3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면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탈원전·탈석탄 뿐만 아니라 탈LNG도 이뤄져야 하는데, 이들이 우리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 23일 온라인에서 열린 탄소중립 관련 토론회에서 (왼쪽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 성풍현 KAIST 교수,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주한규 서울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처


성풍현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을 제외하고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것은 국내외에 허황된 약속을 하는 것"이라며 "탈원전을 논하면서 지난해 12월 원전 가동률이 83.6%를 기록하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시한을 2050년에서 2080년으로 미루고, 적극적으로 대형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면서 "소형원자로모듈(SMR)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경제성 문제를 극복하더라도 100MW급 3500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대형 원전과 같이 사용되지 않는다면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차세대 대형 원전과 핵융합로 외에도 면적을 많이 차지하지 않고, 폐기물도 적게 배출하면서 발전원가가 낮은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등 슬기로운 조합이 필요하다"며 "2023년 나올 예정인 제4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각각 2차 에기본과 7차 수급계획의 기조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소중립 전원믹스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라 수급 불안정성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9차 수급계획 기준 모의실험 결과 기저전원 감발도 수시로 일어나고, 2040년에는 13시부터 6시간 동안 52GW에 달하는 설비가 출력을 높여야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SMR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대형 원전 보다 불리하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가까운 미래까지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석탄발전 대체 및 담수용을 비롯한 수출전략 전원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 신고리 원전 3·4호기/사진=한국수력원자력


주한규 교수는 "재생에너지 진영은 태양광 등을 사용해 수소를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간헐성 문제 때문에 단가가 비싸질 수 밖에 없다"면서 "고가의 수전해 장비를 15% 이용률로 가동해야 하기 때문으로, 반면 원자력을 이용하면 상시 생산 가능하고 단가도 40% 수준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전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한 고온수증기를 통한 전기분해 방식으로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고, 900℃ 이상의 열을 제공 가능한 고온 가스로를 개발해 이용할 경우 대량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원자력 기반 수소는 탄소중립 실현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어려운 국가들이 감당할 수 있는 첨단 석탄화력발전을 '나쁘다'는 이유로 폐기하자는 주장은 가진자의 횡포로, 원전도 포기가 아니라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에너지·자원 소비를 효율화하는 등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산화탄소(CO2)는 대기 중 0.05%에도 미치지 못하고, 배출량이 줄어들면 녹색식물의 생존이 위험해진다"며 "지구 전체가 펄펄 끓기도 하고, 적도가 얼어붙기도 하는 등 지난 1만여년간 기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후를 인간의 힘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어처구니 없을 뿐더러 CO2 배출을 줄이면 지구온난화가 멈출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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