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재료 버린다더니...'빵 재사용'에 사용된 유효기간 스티커
잘될 땐 '우리 직원', 사건 터지면 '개인의 부주의'로 책임 돌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BTS 세트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함박웃음을 짓던 맥도날드가 ‘빵 재사용’ 사건으로 비난의 중심에 서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햄버거병 논란 이후 4년 만에 또 다시 제품 품질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글로벌 버거 브랜드란 명성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곤두박질 치고 있다.   

   
6일 한국맥도날드가 빵 재사용 관련 공식 입장문을 낸지 이틀이 지났지만 소비자 비난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빵 재사용 사건은 궁극적으로 한국맥도날드가 국내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의 문제다. 

맥도날드 유효기간 스티커는 2017년 덜 익은 고기 패티를 넣었다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 논란 이후, 2019년 11월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주방 공개 행사’를 개최해 홍보한 제도다. 유효기간 스티커를 활용해 유효기간이 지난 제품은 즉각 폐기하고 있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당시 행사를 개최한 맥도날드 직영점의 직원들은 “(회사에서) 자체 위생기준까지 만들었다. 기간이 다 되면 재료가 아무리 남아도 폐기한다”며 “맥도날드 직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입을 빌려 회사 이미지 제고를 꾀한 셈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이번 사태에서도 직원들을 앞세웠다. 

서울의 한 맥도날드 점포에서 자체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를 날짜 스티커를 덧붙이는 방법으로 사용한 사실이 공익신고자 제보를 통해 드러났다. 한국맥도날드는 자체 조사 결과,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직원 1명과 본사 정규직 관리직원 1명이 폐기 대상 식재자에 새 유효기간 스티커를 붙여 재사용했다고 밝혔다. 매장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 휴대폰을 소지하는 것도 금지했다. 

평소 맥도날드는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일을 시작해 정규직 매장관리자로 승진한 사례가 많다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빵 재사용 사건으로 회사에서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달면 ‘일자리 창출’이고, 쓰면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한 셈이다. 직원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재사용할 정도로 본사가 각 매장에 마진율 압박을 가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 서울 시내 맥도날드 매장 전경.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사진=미디어펜


먹거리 기업이 가장 중시해야 할 것은 제품의 위생과 품질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외식업체로서의 본질에 흠집이 났다. 해당 직원 징계로 사건을 무마하려는 듯 한 모습에 소비자들은 한국맥도날드의 기업으로서의 책임감에도 의구심을 품고 있다.   

한 기업에서 제품과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 동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결국 회사 분위기와 구조 탓이다. 소비자 사이에 ‘매출만 나오면 장땡인가’란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맥도날드는 햄버거병과 빵 재사용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두 번의 경고를 받은 만큼, 앞으로의 신뢰 회복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입버릇처럼 “국내 소비자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한국맥도날드의 약속이 지켜지는 지, 소비자들도 냉철하게 지켜봐야 한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