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4조1000억 규모 계약 체결…수소·우주·해수담수화·탄소중립 등 다각적 협력 가속화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방위산업 수출이 '전술가의 낙원'으로 불리는 중동 사막에서 이뤄졌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일명 '한국형 패트리어트'로 불리는 중거리·중고도 지대공미사일(MSAM) 천궁-Ⅱ 도입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1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UAE 타와준(TTI)은 LIG넥스원·한화시스템·한화디펜스와 35억달러(약 4조1000억원) 상당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TTI는 UAE 방산물자 조달 등을 수행하는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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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거리·중고도 지대공미사일 유도무기체계 천궁-Ⅱ 포대/사진=방위사업청 |
천궁-Ⅱ는 2012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된 유도무기체계로, △LIG넥스원(유도탄 시스템·유도장치·사격통제시스템) △한화시스템(다기능레이더·MFR) △한화디펜스(발사대 및 적재·수송차량) △한화그룹(로켓 추진기관 및 탄두) 등의 업체가 제작에 참여한다. 포대는 MFR 차량 1대와 지휘통제차량 1대 및 발사관 8기가 장착된 차량 3대로 구성되며, 하드킬 방식으로 표적을 제거한다.
교전통제기술 등이 적용된 천궁-Ⅱ는 2023년까지 양산될 예정으로, 운용자가 발사명령을 내리면 미사일이 수직으로 발사관에서 나온 뒤 일정 고도에서 기수를 돌려 날아간다. 이는 콜드런칭 방식을 채택한 덕분으로, 측추력 자세제어모터가 방향을 설정한 뒤 주추력 모터와 조종용 꼬리날개가 작동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콜드런칭은 약실에서 화약을 터뜨리면서 발생한 압력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후폭풍 처리 배기구를 장착하기 어려운 차량용 수직발사관 등에서 주로 사용한다. 공간효율이 높아 핫런칭 보다 많은 양의 미사일을 수용할 수 있고, 발사대가 직접 화염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마모에 대한 우려가 적다는 것도 강점이다.
한화디펜스는 3900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를 개발하는 등 현무 미사일과 어뢰(청상어) 및 함대함 유도무기(해성) 발사대 등으로 축적한 노하우를 토대로 발사대·미사일 신뢰성을 충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시스템은 1조3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또한 천궁-Ⅱ에 탑재되는 MFR은 기존 천궁 MFR의 성능을 개량, 항공기 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에 대한 탐지·추적과 식별 및 재머 대응 외에도 유도탄 포착·추적·교신을 비롯한 복합임무를 단일 레이더로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IG넥스원은 2조6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체계종합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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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거리·중고도 지대공미사일 유도무기체계 천궁-Ⅱ 발사 개념도/사진=박수현 수석 페이스북 |
업계는 천궁-Ⅱ 수출이 2009년 국내 최초로 해외에 수출된 바라카 원전과 비슷한 사례로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원전 뿐만 아니라 유전 개발을 비롯한 자원외교 등을 진행한 것처럼 이번에도 다각적인 협력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 겸 두바이 군주가 만난 자리에서 수소경제·항공우주·탄소중립·사막 농업·해수 담수화를 비롯한 논의가 오갔고, 블루암모니아 시범도입계약 및 수소산업 프로젝트 금융지원 양해각서(MOU) 등이 체결됐다.
알막툼 총리가 바라카 원전을 언급하기도 했다. 바라카 1호기는 2020년말 출력 100%에 도달한 데 이어 지난해 4월 상업운전을 개시했으며, 2호기도 지난해 송전망에 연결됐다. 3·4호기도 운영을 위한 준비과정이 이뤄지는 중으로, 4개 호기 모두 가동될 경우 UAE 전력 수요의 25%를 감당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패트리어트와 이스라엘 바락 등을 제치고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는 등 글로벌 시장 내 K-방산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면서 "지난해에 이어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계약은 아프간 철수 등으로 중동 지역 내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된 가운데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 가운데 이뤄졌다. 앞서 UAE는 이스라엘과 사실상 이란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훈련을 함께 시행했으며, 이란도 이에 맞서 러시아의 4.5세대 전투기 수호기(su)-35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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