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사망이나 중상해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의 대표이사 구속까지 명시한 개정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부터 시행된다.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된 가운데 재계에서는 현장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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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7일부터 개정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이 법은 현장 근로자 사망 시 경영주 구속까지 가능토록 규정한다./일러스트=연합뉴스 |
24일 재계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에서 의미하는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재해 중 사망, 2명 이상 부상, 3명 이상 질병이 발생한 경우다. 개정 중대재해법이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와 법인에 대한 양벌 규정에 있다.
근로자 사망 시 대표이사는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지거나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 사망 외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며, 5년 내 같은 사고가 생겨날 경우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토록 규정한다. 법인은 사망 사고가 생겨나면 50억원 이하, 이 외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경영진 본인의 과실이 아님에도 법정 구속까지 가능케 한 초유의 처벌법이 시행되는 만큼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조선·건설·기계 부품 등 제조업계의 걱정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형사 처벌 수위가 높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 규정을 두지 않은 점은 법률 전문가들도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고윤기 로펌 고우 대표 변호사는 "형사법은 고의범에게만 적용되나, 예외적으로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과실범으로 처벌한다"면서도 "근본적으로 면책의 조건조차 두지 않아 판사 재량을 축소한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처벌 일변도 정책은 편법을 낳기 마련"이라고 부작용을 꼬집었다.
재계는 협력사에 대한 안전·보건 의무를 포괄적으로 해석·적용할 경우 불법 파견 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협력사 관리·감독자에 대한 평가까지 원청에서 부담해야 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책임져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간한 해설서에도 해당 부분에 대한 설명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계약서상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작업 또는 영업 기밀 등의 사유로 협력 업체가 단독으로 작업하고 원청의 개입을 금지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작업 공간이 원청 사업장 내부일 뿐, 원청은 해당 작업에 대해 알 수 없어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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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생산 라인 클린 룸./사진=삼성전자 제공 |
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도 이에 맞춰 관련 조직과 대응 방안을 신설하고, 경비 집행 기준도 만드는 등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예산 관련 기준 마련이 복잡다단해 실무 부서들이 고심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업 부서가 안전 투자 비용을 책정해 지급을 요청했지만 전액 지급할 수 없는 때에는 어떤 기준으로 책임 소재를 판단할지 곤혹스럽다는 것이다.
아울러 환경 미화·경비·식당 등 본 사업과는 관련 없는 분야까지 원청이 직접 관여하면 선택과 집중을 못해 오히려 현장 안전·보건 체계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여론이나 국민 감정에 의한 무리한 원청 수사·처벌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를 소명해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기소가 되면 대응 과정에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경영주가 기소되면 대기업들보다 더욱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각종 사고 수습을 사실상 대표이사가 직접 처리해야 하는데, 속수무책으로 폐업까지 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재계는 규제로 인한 또 다른 참사와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정교한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보원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 공동 위원장은 "무조건 처벌 강화가 능사라고 생각하는 법으로 인해 애로가 많다"며 "(고용노동 당국은)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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