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제과·칠성음료·호텔 등 “예의주시”...오리온 “원부자재 3개월치 우선 확보”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현지 진출한 국내 식품·유통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국내 유통기업 가운데 러시아에 가장 많이 진출한 롯데그룹의 계열사들은 1일 “현지 상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입 모았다. 

롯데제과는 최근 러시아 현지 법인(LOTTE KF RUS)에 약 340억원을 투자해 초코파이 생산 라인과 창고 건물을 증축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라면서도 “혹시 몰라서 원재료나 자금 등을 비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롯데제과 러시아 칼루가 공장 전경/사진=롯데제과 제공
러시아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경제제재로 원재료 수급 등에 차질을 빚는 등의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는 지난 달 26일(현지 시간)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금융정보통신망(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같은 달 28일 우리 정부도 스위프트 배제 등 대러시아 금융 제재에도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현지 진출 기업과 수출입 기업을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호텔은 “현지 호텔들이 위치상 전장이랑 거리가 먼 지역들인지라 현재는 딱히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는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사마라 등 러시아 요지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이달 16일 러시아 소치에서 러시아 건설기업인 메트로폴리스 그룹과 호텔 운영을 위한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기도 했다. 

밀키스와 칸타타, 레쓰비 등을 러시아에서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도 “아직 수출 제재는 없지만, 긴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초코파이로 러시아 현지 법인 매출이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하는 오리온도 마찬가지다. 오리온 관계자는 “원부자재 3개월치는 확보해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분쟁 영향이 없다”며 “장기화될 경우 중국 법인을 통해 부자제를 수급하면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연내 준공을 목표로 러시아 서부 트베리 크립쪼바에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 롯데호텔 소치 조감도(왼쪽)와 러시아 대형마트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를 구입하는 소비자(오른쪽)/사진=각 사 제공
러시아에서 ‘도시락’ 라면으로 잘 알려진 hy(옛 한국야쿠르트) 계열 팔도는 현지 랴잔 공장 생산시설 증설 완공을 앞두고 있다. 15억 루블(약 282억 원)을 투입한 공사다. 팔도 관계자는 “러시아의 경우 현지 법인에서 생산 판매까지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침공하는 쪽이 러시아라서 큰 동요는 없다”면서도 “국제정세가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이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CJ와 오뚜기, 농심, 삼양식품 등 다른 식품 기업들은 당장 타격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를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곡물가 상승이나 수출입 관련 부대비용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소맥(밀)과 옥수수의 주요 수출국이다. 국내 밀과 옥수수 수입량에서 두 국가의 비중은 10% 정도로 대부분 사료용이지만, 국제 곡물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22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업종별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내놨다. 박은정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밀 수출량의 14%를 차지한다”며 “지리적으로 이들 국가가 국내 기업의 주요 수입국은 아니지만, 글로벌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사태 악화 시 비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국가 간 지정학적 이슈가 발생할 경우 물류 운임과 관련 비용, 유가 등이 상승할 개연성이 높아 수출입과 관련된 비용 상승으로 판관비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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