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책임경영을 강화하며 한화그룹 승계구도 다지기에 나선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 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는 김 사장은 오는 29일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한화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그룹 지주사의 경영을 맡아 미래사업 전략 수립·이행에 더욱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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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왼쪽)·'2021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 소개된 75톤 액체로켓 엔진/사진=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
석유화학 등 주력사업 뿐 아니라 그룹차원에서 힘을 싣는 신사업들을 맡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로서 그룹 우주사업 종합상황실 '스페이스허브'를 이끌고 있으며, 올해 미국 CES에 처음 마련된 우주산업 전시관을 찾기도 했다.
스페이스허브는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쎄트렉아이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75톤급 액체로켓 엔진 제작을 비롯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엔진은 314개사의 합작품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터보펌프 등 핵심부품 개발에 참여했다.
영국 정부·인도 바르티·프랑스 유텔샛·일본 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우주인터넷 기업 원웹 이사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원웹은 UN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통해 글로벌 주파수 우선 권한도 확보한 상태로, 한화시스템은 이번 투자를 통해 67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한화는 항공우주연구원과 2025년까지 저장성 이원추진제 추력기를 개발하기로 했다. 인공위성의 심장으로도 불리는 추력기는 인공위성 궤도 수정 및 자세 제어 등을 담당하는 것으로, 이번 개발을 통해 그간 100% 해외에 의존했던 제품의 국산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의 그린에너지부문(한화큐셀)도 내실을 다지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김 사장은 10여년간 그룹 태양광 사업을 이끌면서 미국 주거용 시장에서 3년 연속 점유율 1위 달성 등의 성장을 주도한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는 웨이퍼·유리·은을 비롯한 주요 원자재값이 크게 오르고 해상 운임 상승 때문에 물류비도 가중되면서 3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으나, 진천공장 생산라인 고효율화를 위해 한화솔루션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실적 반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전하선택형 태양전지 모듈 기술로 현재 글로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PERC 모듈을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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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주택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사진=한화큐셀 제공 |
태양전지 효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웨이퍼 크기도 166mm에서 182mm로 늘리고, 2025년까지 진천공장 생산력도 4.5GW에서 7.6GW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미국·말레이시아·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셀·모듈 생산력도 각각 13.1GW·15.5GW로 향상시키기로 했다.
호주에서 주거용 에너지솔루션 '큐홈코어'를 출시하고, 가상발전소(VPP)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 포트폴리오도 확장하고 있다. VPP는 ICT 기술로 분산된 에너지원들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연결·운영하는 시스템으로, 2027년까지 글로벌 시장 규모가 연평균 25% 가량 증가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화큐셀은 세계 최대 규모의 VPP를 조성하는 호주를 발판 삼아 미국·일본·국내 시장 내 입지 강화도 노리고 있다.
30% 수준인 이론한계효율을 44%까지 끌어올린 차세대 태양광셀(탠덤셀) 연구도 진행하는 중으로, 1조원을 들여 RES프랑스 지분 100%도 매입했다. 이를 통해 풍력발전 등 유럽 내 재생에너지 사업권이 10GW로 증가할 전망으로, KDB산업은행과 5조원 상당의 '그린에너지 육성을 위한 산업·금융 협약'도 체결한 바 있다.
올해 12월 운영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에서 380M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단독단지도 개발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준 일일 15만4000여명이 사용 가능한 양으로, 한화큐셀은 유틸리티급 ESS 시장에도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이 담당하는 방산부문도 K-9 자주포·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Ⅱ 다기능레이더(MFR) 및 발사대를 수출한 데 이어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 수출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도심용 항공모빌리티(UAM) 기체 개발 및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가스터빈 부품 국산화 등 다각적인 분야에서 성과가 더해진다면 승계 명분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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