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규제를 대폭 철폐…민간과 시장 역할 확대 전망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기업 경영을 옥죄는 규제를 대폭 철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 당선인 본인이 '자유주의자'라고 밝혔고, 시장경제를 존중하겠다고 언급해 민간과 시장의 역할 확대가 예상된다.

   
▲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선인이 통화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14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정부 중심의 국가 경제 성장 정책을 민간의 영역으로 옮겨 창의력과 시장의 효율성을 최대한 제고해야 한다"며 기업 경영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수차례 표명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국정 이념으로 채택해 규제 완화·시장 친화적 정책을 추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재해법, 처벌 아닌 예방 목적으로 개정 가능성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또는 부상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와 법인을 모두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현장 근로자 사망 시 회사 대표이사는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 외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을, 5년 내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회사 법인에는 사망 사고가 벌어지면 50억원 이하, 이 외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이와 같이 경영진이나 법인이 의도해 빚어진 사건이 아니어도 당국이 규정에 따라 법정 구속까지 가능토록 해 강도 높은 처벌법이다. 최고 안전 책임자(CSO)를 선임했다 하더라도 결국 최고 경영자(CEO)가 지휘하게 되며, 경영 공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재계는 업종을 불문하고 바짝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당선인은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공약은 제시한 바 없다. 다만 지난 1월 14일 한 기업 간담회에서 "관련 시행령과 형사 집행의 운영을 통해 중대 재해를 예방하되, 집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비합리적인 부분은 개정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상병수당 도입'이 산업 재해·건강 보험 등 제도적 개편 사항과 연계될 수 있어 실행 여부가 주목된다.

   
▲ 국민연금공단 전주 사옥 전경./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대표소송제 수탁위 이양, 인수위 구성 이후 결정 예상

증권 시장의 '큰 손'으로 통하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대표소송 추진 여부를 직접 결정해왔다. 하지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주주 대표소송권을 넘기는 '수탁자 활동 지침'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주주 대표소송은 주식회사가 이사 문책에 게으른 경우 주주가 직접 이사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행위를 의미한다.

기업과 대표소송 분쟁 시 막대한 소송 비용 대비 국민연금의 승소율이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투자 기업은 장기간 이어질 소송 결말의 불확실성 탓에 경영 상 큰 위협을 겪을 것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기업의 진취적 경영 활동 위축은 기업 가치 훼손과 주주들의 피해 또한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완편된 이후 수탁위로 대표소송권이 이양될지 결정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 필요성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법 개정안, 이사회 경영권 침해 논란…방어 수단은?

기업 이사회 내에 설치되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와 소액 주주 권익 제고를 이유로 생겨난 각종 법·제도로 인해 상장사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36개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최근 주총 애로 요인과 주주활동 변화'를 조사한 결과, 상장사 68.2%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으로 이미 어려움을 경험했거나 현재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 ㈜한진 정기 주주총회 현장.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감사위원 분리 선출·3%룰의 문제점으로 상장사들은 의결 정족수 부족에 따른 이사 선출 부결 가능성(68.2%)과 투기 자본의 회사에 비우호적인 인물을 이사회에 진출시킬 수 있는 점(55.7%)을 꼽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의결권 제한은 다른 선진국에는 없는 규제"라며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우선 중견·중소·벤처기업 창업자들을 위해 복수 의결권 제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민간 기업 이사회 내 근로자 참여, 제동 걸리나

오는 7월 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제가 시행된다. 윤 당선인은 이에 공식적으로 찬성 입장을 보였지만 민간 기업으로의 확대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노동계는 이사회에 근로자 대표가 참여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진과 지배 주주들의 전횡을 막아 지배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재계는 근로자 이익만 내세워 회사 경쟁력 저하를 불러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편 윤 당선인은 기업 경영 자율성을 수차례 언급한 만큼 노동이사제 적용 대상은 엄격히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 자유기업원 주최 세미나 '52시간제 전면시행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서 발언하는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사진=자유기업원 제공

노동 시장 유연성 확대…주 52시간 근무제는?

윤 당선인은 노동 개혁을 주제로 민간 기업을 성장시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채용 차별, 근로 시간 등에서의 공정성·노동 시장 유연성 확대를 주된 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 그는 주 52시간 근무제 개선을 꼽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확대 △연 단위 근로 시간 저축 계좌제 도입 △풀타임↔파트타임 전환 신청권 부여 △연장 근로 시간 특례 업종 개선 △전문직 고액 연봉자 연장 근로 수당 등 근로 시간 규제 적용 제외 △시간 선택형 정규직 일자리 신설 △육아기 재택 근무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 관계자는 "향후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될 경우 기업은 노사 합의를 기반으로 근로 시간 제도를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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