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법무부와 윤 당선인 '사법개혁' 공약을 두고 정면충돌
법무부 업무 보고 패싱...감사위원 인선 문제도 또 다른 갈등 요인
인사권 이은 법무부와의 갈등까지...신구 권력 힘겨루기 언제까지?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새 정부와 현 정부 간의 신-구 갈등이 연일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인사권 갈등으로 시작된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당선인과의 '인사대첩'이 법무부와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인수위원회(인수위)는 '법무부 업무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법무부 패싱'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감사위원 인선을 둘러싼 새로운 인사 문제도 신-구 대첩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아 새 정부와 현 정부 간 갈등은 좀처럼 봉합 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갈등이 길어질수록 현 정부나 새 정부 모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두 사람 간의 정치적 결단이 절실해 보인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 마련된 프레스룸에서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이날 예정됐던 법무부 업무보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전날(23일) 기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예산편성권 부여' 등의 공약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한데 대한 맞불 작전으로 풀이된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서 40여 일 후에 정권 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 보고를 하루 앞두고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가 없다"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총재 등 현 정부의 마지막 인사로 촉발돼,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위의 법무부 업무보고 거부에 이르기 까지 접점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사진=각각 청와대와 인수위 제공
이들은 “정무사법행정 분과 인수위원들은 오늘 오전에 예정되어 있던 법무부 업무 보고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서로 냉각기를 갖고 숙려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오늘 이른 시간에 법무부에 업무 보고 일정의 유예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도 기자들을 만나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정부에서 검찰 개혁이라는 게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한 것인데 5년 간 해놓고 그게 안 됐다는 자평인가”라며 “저는 오히려 독립적인 권한을 주는 것이 더 독립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계속 되는 신구 갈등의 근본적 배경에는 임기를 한달 여 앞둔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간 인선을 단행하면서 촉발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사진)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전격 지명했는데, 이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이 협의한 바 없다고 반발하면서 갈등으로 번졌다. 

또 현재 공석인 감사원 감사위원 2명 인선 문제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감사위원들은 새 정부 출범 후 모든 공공기관을 감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다. 따라서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현 정부가 임명한 감사원장과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이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감사원 결정기구인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장을 포함해 감사위원 7명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2석이 공석이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최재해 감사원장과 김인회·임찬우 위원 등 현재까지 3명이 친민주당 성향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2명을 더 임명하게 되면 민주당 성향 인사가 5명으로 늘어난다. 

감사원은 위원 의견이 합치되지 않으면 다수결로 감사 처분을 결정하게 되는데, 문 대통령이 감사위원을 2명 더 임명하게 된다면 과반 이상이 친민주당 성향으로 꾸려지게 되는 것이다. 새 정부의 감사원이 현 정부의 인사들로 채워지는 것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윤 당선인 측이 반대하는 이유다. 

이처럼 20대 대선이 끝난 지 2주가 지났지만 청와대 이전, 인사, 법무부와의 갈등 등 신구 간 대립이 계속 되면서 청와대 회동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어제 세 번째 조건 없는 만남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덕담이나 하려고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며 여전히 회동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윤 당선인의 취임 날짜가 다가올수록 두 세력 간의 갈등 봉합은커녕 갈등은 점입가경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갈등이 길어질수록 현 정부나 새 정부 모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민통합 차원에서도 그렇고 원활한 정권 이양을 위한 신구 세력 간의 정치적 결단이 절실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의 만남이 길어진다는 자체가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다. 통합이라든지 원활한 인수인계 차원에서도 부담"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법대로 하겠다는 원칙론을 내세웠다는데 윤 당선인도 5월 10일 이후로 법대로 하겠다고 한다면 양측 세력 간의 대립으로 격화되고 이렇게 돼서 신구 갈등이 심화되면 국민 통합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 분열을 가져온다"고 우려했다. 

최 소장은 "따라서 양측이 법대로 하겠다고 한다기 보다는 두 사람이 만나서 정치적으로 만나 풀어가야 할 문제"라며 "그래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도 좋은 방향이다. 정권 이양 초기에 새 정부에 대한 발목 잡기 프레임이 항상 있었지만 계속 이런 갈등이 이어진다면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고 민주당으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분열과 감정 대립 갈등을 끝내기 위한 두 사람 간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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