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 주축 광림 매출액 1884억원…쌍용차 10분의 1도 안돼
인수비용, 운영자금 포함 1조원대 실탄 확보 가능 여부 의문
광림 특장차 사업은 트럭 기반…쌍용차와 시너지 제한적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쌍용자동차의 매각 절차가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게 됐다. 에디슨모터스의 인수계획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현재 쌍용차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곳은 쌍방울그룹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수 비용이나 미래 비전 제시 측면에서 기존 에디슨모터스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할지 관심이다.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쌍용차 제공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방울그룹은 쌍용차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인수 의향을 구두로 전달했다. 그룹 내 특장차 제조회사인 광림을 중심으로 다른 상장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나설 계획이다.

쌍방울그룹은 지난해 저비용항공사 이스타항공 인수전 당시 광림과 엔터테인먼트 회사 아이오케이, 미래산업 등 3개 계열사로 컨소시엄을 꾸렸었다.

이번에는 광학부품 제조사 나노스도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쌍방울그룹은 기존 에디슨모터스에 비하면 기업 규모가 크고 안정적이지만, 자금력이 풍부한 편은 아니다.

컨소시엄의 주축이 될 광림은 지난해 매출액 1884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의 실적을 냈다. 지난해 매출이 2조4293억원이었던 쌍용차를 품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스타항공 인수전 당시 1000억원대 자금을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계약 당시 적어냈던 3049억원 이상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에디슨모터스는 3049억원을 제시하고도 회생담보권(2320억원)과 조세채권(558억)을 변제하는 데 대부분을 사용하고 회생채권에 대한 현금 변제는 1.75%만 하겠다는 회생계획안을 내놓아 부품 협력사들로 구성된 채권단의 반발을 샀다.

채권단의 요구대로 변제율을 50% 이상으로 올리려면 2500억원 이상이 더 필요하다. 쌍용차의 새 주인으로 낙점되더라도 이후 관계인집회까지 수월하게 통과하려면 5000억원대의 인수 대금을 제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쌍용차 인수 완료 후 소요되는 운영자금까지 고려하면 도합 1조원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쌍용차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가 본입찰에서 포기한 삼라마이더스(SM) 그룹이 다시 거론되는 것도 그 정도 자금력은 갖춘 기업이라야 쌍용차 인수가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그룹 지배구조상 광림이 무리하게 많은 자금을 동원하기도 쉽지 않다. 쌍방울그룹은 지주회사 격인 칼라스홀딩스를 정점으로 광림→쌍방울→비비안→인피니티엔티→아이오케이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사업회사 중 최상단에 위치한 광림이 쌍용차 인수를 위해 무리수를 두다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경우 그룹 지배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같이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이지 않고 쌍방울그룹 계열사들로만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쌍용차 인수비용 및 운영자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도 의문이다. 광림은 자동차를 분해‧재조립해 특장차를 만드는 업체라는 점에서 쌍용차와 연관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광림의 사업 영역 확장에 쌍용차의 기술력과 장비가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광림의 특장차 사업은 트럭 기반이다. 완성차 업체로부터 트럭을 구매해 유압크레인, 전기공사용 특장차, 중량물 운반용 건설장비, 환경차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상용 부문이 없는 쌍용차의 물량을 소화해주는 식의 시너지를 기대하긴 힘들다.

광림의 자회사인 나노스는 카메라모듈용 광학필터와 모터용 홀센서를 생산하고 있어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개발과 연관지어볼 수 있지만, 휴대폰과 가전용 부품에 주력하는 사업구조상 자동차 부문과의 연계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쌍방울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보다는 자금력이나 사업구조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겠지만, 여전히 매출 2조원대 완성차 업체를 품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컨소시엄에 FI를 끌어들여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에디슨모터스 사태를 재현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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