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째주, 글로벌 경유 재고 하락 힘입어 배럴당 20.0달러…계절적 성수기 속 휘발유 수요 확대 전망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제유가가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는 가운데 주간 정제마진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정유업계 2분기 실적도 견조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5월 첫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20.0달러로, 전주 대비 1.3달러 이상 상승했다.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 생산량이 일일 1000만배럴로 집계되는 등 전월 대비 10% 이상 축소되는 등 공급 차질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수송비·운영비 등을 뺀 것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3.5~4달러를 넘어가면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울산 컴플렉스·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울산공장·현대오일뱅크 VLSFO/사진=각 사 제공

특히 등유·경유 스프레드가 이같은 현상을 이끌고 있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정유사들이 디젤 생산 확대에 나서면서 휘발유와 윤활기유 공급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타이트한 수급이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의 3월 석유제품 순수출은 전월 대비 89% 많아졌다. 이는 미국 등·경유 재고가 최근 14년간 최저치로 떨어지고,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도 2013년말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각국의 '곳간'이 빈 것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호주 역시 엑슨모빌 등이 정유공장을 폐쇄한 탓에 정제설비 절반이 축소됐다.

국내 업체들도 올 1분기 1억899만배럴에 달하는 석유제품을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것으로, 수출액도 12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국가 주요 수출품목 중 4위로 올라선 바 있다.

여기에 △드라이빙 시즌 진입 △항공유 수요 반등 △중국 상하이 봉쇄 해제 이후 상황 등을 고려하면 정제마진이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 및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가 증산 요구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언급된다. 이들은 오는 5일 생산량 관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앞서 유럽연합(EU)에게 '다른 산유국들이 러시아산 공급 축소분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야기된 글로벌 원유시장 위기는 우리 통제 범위 밖에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 고속도로 휴게소 셀프 주유소./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올 2분기에도 1조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는 모양새다. 이 중 석유사업은 또다시 조단위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재고관련이익이 전분기 보다는 적지만 4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발전·군용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사업 적자가 이어지겠으나, 윤활유사업이 원가 인상분을 판가에 반영하는 등 20%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전망이다.

에쓰오일도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시현할 것이라는 예상을 받고 있다. 재고관련이익 감소로 정유부문 실적이 하락하겠으나, 아시아·미국 정제설비 가동률이 이미 높다는 점에서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을 뿐더러 석유화학부문 적자도 축소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1분기 수출채산성(19.5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10.7달러 오르는 등 펀더멘탈이 강해지는 중으로, 이동수요 회복 및 산업생산 확대로 글로벌 석유수요가 올 4분기 1억배럴을 돌파하는 등 타이트한 수급도 기대된다"면서 "가스 부족으로 디젤 수요가 자극되는 것도 호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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