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수주액 지난해보다 각각 2.33%, 19.09% 감소
[미디어펜=성동규 기자]윤석열 정부는 해외건설 수주를 우리 경제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계당국은 적극적으로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를 지원하고 나섰다. 그런데도 여전히 구체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 현대건설이 2009년 준공한 사우디 카란 가스 처리시설 공사 전경./사진=현대건설 제공


1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날까지 해외건설 수주 건수와 수주액은 각각 209건 78억7867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214건 97억3855만 달러)과 비교해 수주 건수는 2.33%, 수주액은 19.09% 각각 감소한 수치다.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으로 불리는 중동 지역의 수주 건수는 12건 수주액은 14억576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주 건수는 지난해보다 1건 늘었고 수주액은 7.17%(13억6004만 달러) 증가했다. 

세부지역별로 지난해 수주 건수가 없어 수주액 역시 0이었던 리비아에서 올해 수주액이 7억9300만 달러(1건)로 급격하게 늘었다. 아랍에미리트도 1년 사이 3221만 달러(6건)에서 2억7423만 달러(4건)로 수주액이 2억4202만 달러 증가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 10억7037만 달러(2건)에서 3억4580만 달러(4건)로 수주 건수는 늘었으나 수주액이 7억2457만 달러나 쪼그라들면서 전체적인 상승 폭을 낮췄다. 이라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0건이며 수주액은 기존보다 감액돼 마이너스 14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월 설 연휴도 반납하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원팀코리아’ 인프라 협력 대표단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카타르를 방문할 정도로 신경을 썼던 것을 고려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거둔 셈이다.

태평양·북미 지역은 지난해 8719만 달러(17건)에서 22억6792만 달러로 수주액이 크게 늘었다. 아프리카는 2억515만 달러(25건)에서 6억4154만 달러(16건)로 중남미 지역은 1억7653만 달러(24건)에서 4억8014만 달러(19건)로 각각 늘어나기도 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뒀던 아시아 지역에서 올해에는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수주 건수는 116건에서 100건으로 13.79% 감소했다. 수주액은 62억8996만 달러에서 29억1064만 달러로 반토막(53.72%)이 났다.

지난해 수주액 규모가 컸던 인도네시아(22억2331만 달러(8건)→1억2319만 달러(14건))와 베트남(14억0953만 달러(27건)→1억6310만 달러(17건))에서의 약세가 두드러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 자료=해외건설협회 제공


건설사별로 수주액 양극화도 커지는 모양새다. 삼성물산(9억4741만 달러→23억3709만 달러)과 대우건설(2억4899만 달러→13억9256만 달러), DL이앤씨(2982만 달러→4억323만 달러) 등은 지난해와 비교해 수주 실적이 늘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수주액이 마이너스 1만 달러를 기록했다가 올해는 135만 달러로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6억8608만 달러에서 올해 5504만 달러로, 같은 기간 롯데건설은 14억1723만 달러에서 5831만 달러로 수주액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8억5749만 달러에서 3478만 달러로, 현대건설은 3억5689만 달러에서 1억3422만 달러로, GS건설은 2억203만 달러에서 1억8179만 달러로, 포스코이앤씨는 1억8056만 달러에서 4230만 달러로 각각 줄어들었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에는 수주 건수가 1건에서 10건으로 늘어났음에도 수주액이 3억9924만 달러에서 마이너스 16억1703만 달러로 감소했다. 

이는 SK에코플랜트에서 지난 2021년 10월 SK에코엔지니어링이 물적분할되면서 아랍에미레이트 ‘2단계 에티하드 철도 건설 공사’, 폴란드 ‘리튬이온전지분리막 공장 건설공사’, 헝가리와 미국에서의 ‘SK 배터리 공장 건설사업’ 등의 계약금액(17억6707만 달러)이 빠진 탓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와 비교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과 현지 시장정보 제공 등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부의 지원이 늘었다”면서 “그런데도 해외수주 실적이 괄목할 정도로 늘어나지 않는 건 국제 경제 침체가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동지역에서 기대 이하의 수주 실적을 거둔 원인 역시 올해 들어 지속되고 있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크다”며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향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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