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AP 인터뷰서 "'북한에 영향력' 중국, 얼마나 어떻게 사용할지 중요"
인도네시아 인터뷰서 "한일중 3국 간 협력, 다시 궤도 올려놓아야"
대통령실 "중국, 의지 있다면 북한 문제에 협조할 여지…尹, 문제 제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북한의 대중 경제 의존도를 감안한다면 중국은 북한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이러한 영향력을 사용할지, 한다면 얼마나 어떻게 할지이다."

"이제 한, 일, 중 3국 간 협력도 다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3국 간 협의체 의장국이자 아세안+3에서 3국을 대표하는 조정국으로서 한, 일, 중 3국 간 협력의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과 5일 각각 AP통신 및 인도네시아 콤파스와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외국 언론과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중국 역할론을 제기하고 이제는 중국과의 협력 활성화에 중점을 둘 뜻을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부터다.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정상인 윤 대통령이 중국의 역할을 제기하고 나섰지만, 이를 받을지 말지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달려 있다.

한국과 중국 간 핵심 의제는 바로 대북 정책이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거머쥔 북한 김정은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양측의 공통된 핵심 현안이다.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2022.11.15.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북한이 지금처럼 핵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시키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공공연히 위반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책임이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마땅히 건설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개발이 (동북아) 역내 질서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등 중국의 국익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콤파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북핵 대응과 관련해 "날로 고조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위협은 아세안 국가들에게도 직접적이며 실존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한국과 아세안이 단합하여 단호하게 대응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4일 기자들을 만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 두 나라가 좀 더 적극적으로 북한의 불법 WMD 핵과 미사일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저지할 수 있도록 책임있는 역할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 반복되어 왔다"고 보충 설명했다.

그는 "특히 최근에는 북한이 코로나 이후에 국경을 개방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에 보낸 대규모 노동자들이 그들이 번 돈을 스스로 갖지 못하고 북한 당국에 헌납하는 달러화의 액수가 상당하다"며 "의지만 있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이 문제에 대해 협조할 수 있다는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이버 머니도 있고, 또 탈취한 가상 자산을 현금화하는 과정에 중국 내에 있는 은행이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그 과정에 사이버 안보문제도 공조할 수 있을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최근 유류라든지 석탄이라든지 북한이 꼭 필요로 하는 전략 자원을 서해상, 가까운 공해상에서 위장된 국적의 다른 배를 활용하여 비밀 해상 무역을 하고 환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북한의 그런 행동을 중국이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세히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여러 배경이 깔려있다고 보면 되고, 이 문제를 우리 정상(윤 대통령)이 국제회담, 발언문에서 압축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5~11일까지 5박 7일간 인도네시아-인도 순방을 통해 아세안 및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 대통령이 '중국 역할론'에 대해 어떻게 구체적으로 밝히고 제기할지 미리 짐작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를 중국 시진핑 주석이 얼마나 어떻게 받고 대응할지는 또다른 문제다.

중국은 단기적으로 중국 나름대로의 세계 경제군사 영토확장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로와 해상 실크로드)'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북중러가 밀착한 동북아 구도도 수십년째 그대로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2022년 기준 대중 무역이 북한 전체 무역의 96.7%를 차지하면서, 시진핑이 김정은의 목줄을 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이를 윤 대통령의 복안대로 쉽사리 고삐를 바꿔 잡을지, 중국의 의도대로 북한을 위성국가로 조종하고 지지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의 중국 역할론에 중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움직일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