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일·중 정상회담, 빠른 시일내 한국서 이뤄지도록 협조"
리창 총리 "적극 호응"…경색된 한중 관계 속 양국 정상간 대화 '기대'
연내 개최 가능성 높지만 관계 개선까진 난제 산적…대립 구도 '변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한·일·중 정상회담이 빠른 시일 내에 한국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9월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난 윤석열 대통령 요청)

"적극 호응하겠다."(윤 대통령의 요청에 대한 리창 총리의 답변)

10개월 만에 이루어진 한중간 최고위급 인사의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51분간 리창 총리와 만나 양국 현안과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지난해 11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 앞으로 고위급에서 활발한 한중 교류가 이어지길 희망한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따뜻한 안부를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리 총리가 저장성 성장을 오래 지내고 장수성, 상하이시 당 서기직 등을 지내면서 한국 기업과 활발히 교류하는 등 경제 교류 관계에 대해 많은 애착을 가진 것으로 안다"면서 "시장 개방성을 중시하면서 한중 교류 협력에 많이 기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있어서 경제 분야 교류를 중점으로 두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리 총리는 시진핑 주석이 윤 대통령에게 보낸 안부를 전달하면서 "한국과 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서 먼 친척보다도 가까운 이웃이 협력하고 잘 지내면 훨씬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한·중국 회담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3.9.7 /사진=연합뉴스


리 총리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선린 우호의 원칙에 따라 양국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자"며 "한국과 중국이 '공동 이익'을 증진하고 상호 관심사를 배려해 나가면서 서로의 원숙한 신뢰 관계를 좀 더 돈독히 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중간 최우선 과제에 대해 "되도록 연내에 한일중 회담을 한국에서 여는 것"이라며 "일단 한일중 회담을 만들어놓고, 이를 동력으로 한중 간 고위급 회담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양국이) 함께 할 협력사업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앞으로다. 윤 대통령의 이번 요청으로 한중일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 가능성이 높아진게 사실이지만, 한중 관계 개선까진 난제가 산적해 있다.

대외적 변수로는 바이든 미 행정부와 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가는 것을 비롯해,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기존 동북아 구도가 더 강화되어가는 추세가 꼽힌다.

대내적 변수는 대한민국 정부의 바뀐 대외 기조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다.

기존 한중일 표현이 아니라 한일중으로 바꾸어 쓰는 등, 윤 대통령은 지난해 집권 후 한국이 중국보다 일본을 중시하는 대외 기조로 바꾸었다.

미국과 중국 간에 줄타기를 하던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더 명확하게 자유진영에 들어간 셈이다. 캠프 데이비드를 계끼로 한미일 정상회의의 정례화 등 전반적인 3국 협력 강화가 여기서 나온다.

이에 대해 중국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고 있다.

다만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창 총리는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외부)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고 말해,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한 경계를 드러냈다.

또한 리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중국은 남북 화해 협력 추진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계속해서 남북 대화 촉진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결국 중국의 기존 입장은 한치도 바뀐게 없는 셈이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상호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존중해야 한다"며 "한중 관계 발전의 대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측에서 밝힌 이 용어는 '공동 이익과 상호 관심사'였지만, 이에 대한 중국측 용어는 '상호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였다.

70년째 이어져 온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기존 동북아 구도 가운데, 한중 양측의 시각 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한일중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라는 연내 목표를 윤석열 정부가 달성하기 위해선 중국과의 대화 채널을 최대한 열고, 양측이 서로의 관심사와 현안에 대해 면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올해가 끝나기까진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