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12개 국가 상속세 폐지…대한민국 여전히 최고 상속세 유지
상속세, '부의 대물림' 아닌 '고유 기술 노하우 계승'으로 바라봐야
구광모 LG 회장이 지불하게 될 상속세가 7000억 원에 이르는 것이 알려지면서 ‘상속세’ 문제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세가 세계에서 가장 높을 뿐 아니라, 기업을 상속하려면 기업의 경영권을 포기하는 것이 나을 법한 구조로 되어 있다. 기업의 상속이 ‘처벌’의 형태로 존재하는 거다. 이에 미디어펜은 ‘상속세 톺아보기’ 시리즈를 통해 상속세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상속세 톺아보기③]세계는 상속세 폐지가 대세…우리는?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우리나라의 경우 가족 간 기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짙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속세나 증여세가 엄연히 이중과세임에도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율이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이를 완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상속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국가도 점점 늘고 있다. 

12일 경제단체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12개 국가가 상속세를 폐지했거나 아예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상속세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도 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캐나다는 1971년, 호주는 1979년, 이스라엘은 1981년, 뉴질랜드는 1992년, 포르투갈·슬로바키아는 2004년, 스웨덴은 2005년, 오스트리아는 2008년, 노르웨이와 체코는 2014년 상속세 제도를 폐지했다. 에스토니아는 아예 상속세를 도입한 적이 없다.

이에 대해 임동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나라마다 폐지 이유가 조금씩 다르다”면서도 “상속세 폐지가 생산 증가·고용 확대·자본 축적 등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주고 장기적으로 세수 증가에도 기여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속세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 벨기에, 프랑스의 경우, 가족에게 기업승계 시 세율 인하뿐만 아니라 큰 폭의 공제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다. 

   
▲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8일 서울대 특강에서 “과중한 상속세부담등은 기업가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운데) 손경식 경총 회장./사진=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연합회에 따르면 독일은 직계비속에게 기업승계 시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이 기존 50%에서 30%로 인하된다. 큰 폭의 공제 혜택까지 적용되면 실제 부담하는 최고세율은 4.5%로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보다 상속세가 높은 곳은 일본(55%)이다. 하지만 한국은 주식으로 직계비속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경우 최대주주 주식 할증(최대 30%)이 적용된다. 때문에 실제 부담하는 최고세율은 우리나라(65%)가 일본(55%)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8일 서울대 특강에서 과중한 상속세부담 등이 기업가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규제가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며 답보상태에 있는 규제개혁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과거에 비해 상한(1억→500억원)과 대상이 확대(중소→중소․중견기업)됐다. 하지만 여전히 사업영위기간 10년 이상, 10년간 대표직 및 지분 유지 같은 외국보다 까다로운 사전·사후 요건으로 활용이 저조하다. 

반면 해외 국가들의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요건이 간소화돼 있고, 공제 상한도 없어 상속세 부담을 경감시켜 주고 있다. 

경총은 “기업승계 시 해외보다 불리한 상속세 세율 인하(기존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 50%를 25%로 인하)가 필요하다”며 “가업상속공제 제도 요건 완화 및 대상 확대를 통해 원활한 기업승계를 지원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활력과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OECD 국가 중 유일한 일률적인 지배주주 주식 할증 평가를 폐지하고 상속세 과세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변경해, 부의 분산 기능을 강화하고 공평 과세를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승계를 단순한 ‘부의 대물림’, ‘불로소득’이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기 보단, ‘일자리 창출․유지’, ‘고유기술 및 노하우 계승’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