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실손의료보험의 표준화 도입 10년째, 보험업계에선 ‘실손보험은 팔수록 손해’라는 공식이 기정사실화됐다. 일부 보험사들은 급등하는 손해율을 이유로 실손보험 판매 중단까지 결정하며 보험사들과 소비자 모두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개인 의료이용을 반영한 보험료 차등제 도입과 비급여 보장에 대한 상품구조 개선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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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보험연구원 |
5일 보험연구원은 보험사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실손보험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실손보험은 2000년대 본격 출시된 이후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기부담률 상향 조정, 중복가입 확인 등 제도 선진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손해액 급증 현상은 표준화 이전, 표준화 이후, 신실손의료보험 등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개선 노력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액은 전년에 비해 약 20% 가량 큰 폭 증가하며 5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같은 기간 129.1%로 집계됐다.
또한 정부의 건강보험보장성강화정책의 기본 방향에 따르면 비급여진료비는 현저히 감소해야 하나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는 본인부담금, 비급여진료비 모두에서 증가하고 있어 총의료비 관리 차원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의 건강보험보장성강화정책에서 도입하는 예비 급여는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 비급여진료비 통제에 근본적인 해결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손해보험 상위 5개사의 실손의료보험의 청구 금액은 올 상반기 본인부담금 1조4500억원, 비급여 2조6500억원으로 지난해상반기의 각각 1조1200억원과 2조100억원보다 크게 증가했다.
이에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비급여진료비의 효과적인 관리는 실손의료보험의 수익성 개선과 공적 보험의 보장률 달성을 위해 이뤄져야 할 공통적인 필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손보험의 손해율 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사 모두 비급여진료비 관리가 각각의 정책과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과제임을 인식해야한다"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진료에 대해 보다 미시적으로 대응하고 필요하면 보험료 차등폭 확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손보험의 손해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가입자의 실손보험 지속가능성에도 위협요인으로 작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 손해율 상승 지속 시, 현재 40세가 60세(70세)에 부담해야 할 보험료는 7배(17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서비스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은 타 보험에 비해 정보 비대칭성과 수요자 간 위험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의 유인이 높다. 역선택이 높은 시장을 방치할 경우 위험이 높은 수요자만 남게 되어, 시간이 경과할수록 시장이 축소되거나 종국에는 공급이 중단되는 시장실패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뿐만아니라 실손보험은 보유계약의 장기적 특성과 실손보험금 적정성에 대한 평가 체계 부재로 상품구조 개선만으로는 그 효과가 매우 미흡하다는 한계가 있다.
보험사는 의료기관의 오·남용 진료가 의심되더라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근거가 부족하고, 실손보험금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의 관리 체계 부재로 보험금 관리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 실장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료 차등제 도입과 비급여 보장구조 개선 등을 강조했다.
정 실장은 "실손보험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보험료 차등제 도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한다"며 "도덕적 해이 관리를 위해 포괄적 보장구조를 급여·비급여 상품으로 분리하고, 비급여의 보장영역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입자가 실손보험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상품으로 전환을 유도할 수 있도록 계약전환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급격한 보험료 증가로 인해 기존 가입자의 실손보험 유지가 어려울 경우 감독당국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비급여 심사체계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라며 "실손보험음 관리 차원을 넘어 국내 보건의료체계 정비과정에서 합리적인 시스템 구축을 검토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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