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횟수’를 공적 마인드와 연결, 관심법 수준…밑도 끝도 없는 마타도어”
“역량 검증보다 인신공격에 집중한 것은 후보자의 역량이 충분하다는 반증”
“방통위 시급한 현안 많아 ‘0인 체제’ 식물상태 만든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
[미디어펜=최인혁 기자]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비례대표) 사흘간 여야의 극한 대립이 펼쳐졌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해 “최소한의 중립성이 없는 독재이자 일방적이고 답이 정해진 '답정너' 인사청문회였다. 북한 노동당식 회의 방식이 떠올랐다”라고 회상했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지난 24일부터 장관급으로는 이례적으로 사흘 동안 진행됐다. 장관급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사흘간 진행된 것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초다.

야권은 이 후보자가 자료 제출이 불성실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청문회 기간을 연장했다. 이에 과로로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방통위 직원이 발생해 구급대가 출동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 16일 오후 국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 방송법 개정안 등을 상정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4.7.16.(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구급대 출동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인사청문회는 치열했지만 후보자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후보자의 업무 역량 검증보다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이 더 회자됐기 때문이다. 또 이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야권은 ‘탄핵’을 겁박해 인사청문회의 목적이 오로지 탄핵 명분 쌓기와 후보자 낙마에 집중한 ‘답정너 청문회’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박 의원은 27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청문회 위원으로 경험한 첫 인사청문회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박 의원은 탈북 공학도 출신이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를 첫 상임위로 배정받아 이 후보자 인사청문위원회 인사청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박 의원은 이진숙 인사청문회가 시작부터 중립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민희 과방위 위원장은 지난 17일 모 종편 유튜브에 출연해 ‘낙마가 목표’라고 밝혔다”며 과방위원장부터 인사청문회의 목적을 후보자 역량 검증이 아닌 ‘낙마’로 규정하고 청문회에 임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최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장은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런데 저는 과방위원장 자리는 최소한의 중립성도 요구되지 않는 자리인지 오히려 묻고 싶다”면서 공정성이 어긋난 청문회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기 전부터 야권으로부터 후보자에 대한 ‘외모 품평’이 이뤄졌고, 청문회에서는 개인 신상과 관련한 지적에 더해 후보자의 ‘헌혈 횟수’ 부족이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부적격한 사유라는 주장이 나온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마타도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헌혈 횟수를 공적 마인드로 연결 짓는 것은 관심법 수준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마 공직 후보자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마타도어의 대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또 “후보자의 역량을 검증하기보다 인신공격에 집중한다는 것은 후보자 역량은 충분하다고 야당이 반증하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야당의 무리수가 늘어가고, 국민의 한숨도 깊어가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더불어 박 의원은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상 초유의 ‘0인 체제’가 된 것에도 쓴소리를 가했다. 

야권은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기간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의 탄핵을 추진했다. 이에 이 직무대행은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되기 전인 26일 자진사퇴했다. 탄핵 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직무가 즉시 중지돼 방통위 업무 마비 사태를 최소화 위해 사퇴를 선택한 것이다. 

이에 박 의원은 “(민주당 주도로) 상임위별로 탄핵이 난무하고 있다. 도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그들의 아버지께 보내는 효도치고는 과도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 분야뿐만 아니라 IT(정보통신)·통신 정책도 총괄하는데 데 무차별한 탄핵으로 이런 업무들을 무력화하는 것은 국가 행정을 마비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방통위에는 시급한 현안이 많다. 저도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이 된다면 여성과 청소년 보호를 위해 시급한 3가지 현안을 우선 해결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쯔양 사태로 심각성이 확인된 사이버렉카 문제, AI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범죄, 알고리즘 추천 콘텐츠로 인한 청소년 SNS 중독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시급한 현안이 많이 있는데 방통위를 식물상태로 만드는 것은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민주당이 탄핵을 거듭할수록 정치의 무게가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지고 있다. 국민께서 절대 민주당에 다수 의석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실 것”이라면서 “의회 폭거, 의회 독재로 어려운 상황은 맞지만, 정부여당이 하나가 돼 난관을 극복해 나가겠다. 무차별적인 탄핵에 대한 책임은 민주당이 다음 선거 결과로 반드시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과방위는 오는 29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한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청문회가 종료된 다음날부터 10일 이내 국회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보고서가 송부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사실상 야권이 이 후보자의 임명을 막을 방법은 없는 셈이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