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 잡기 나서
현지 공장도 건설...수주 확대와 대응에 총력
[미디어펜=김견희 기자]'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를 펼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짙어졌지만, 전선 업계 만큼은 미국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가 높아지면서 노후화한 미국 현지 전력망 교체 수요를 잡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 대한전선이 미국에서 케이블 포설을 준비하고 있다./사진=대한전선 제공


29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1조 원을 투자해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한다. 이 공장은 동부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시에 위치하며 연면적 7만㎡(약 2만평) 규모로 지어진다. 준공은 오는 2027년을 목표로 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200m 규모 전력 케이블 생산타워도 짓는다.

같은 LS그룹의 계열사인 LS일렉트릭은 미국 시장 초고압 변압기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9월까지 부산 사업장 증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연간 2000억 원 규모였던 생산능력을 7000억 원 수준까지 높인다. 미국 현지에도 생산 기지를 만들고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최근 막을 내린 정보기술(IT)·가전박람회 CES 2025에서 "앞으로도 좋아질 것이고, 그룹 전체적으로도 잘될 것"이라고 미국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한전선도 현지 법인 T.E.USA를 통해 미국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대한전선의 경우 500kV 초고압 전력망부터 중저압, 지중선, 가공선, HVDC 등 모든 분야의 전력케이블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E.USA는 지난해 11월 미국 서부 지역에서 케이블 장기 공급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를 통해 최장 3년 동안 최대 900억 원의 케이블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 동부에서도 약 200억 원 규모의 케이블 공급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대한전선의 지난해 미국 시장 내 총 수주액은 7200억 원을 넘겼다. 이는 대한전선이 북미 시장에 진출한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전 최고 기록인 2022년의 연간 수주액(약 40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성과다.

이처럼 두 기업이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시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노후 전력망이 40% 차지하고 있어 교체 수요가 높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 전력 수요가 지난해 8TWh에서 2030년까지 652TWh로 8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 때문에 미국 현지 전력 공급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전력망 및 전력기기 시장은 인프라 교체와 더불어 AI 및 데이터 센터 수요의 급증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트럼프 당선으로 에너지원의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노후 전력망에 대한 교체 및 신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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