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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이사제는 실패한 정책"…박원순의 위험한 도박

2016-05-13 09:1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참여형 노사관계 모델'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조합에 특권을 부여하는 서울시의 근로자이사제는 개혁 대상인 공기업을 정상화하기는커녕 심각한 경영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명시한 헌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개혁에 역행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서울시의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둘러싼 문제점을 분석하고 바른 노동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달 26일 자유경제원 주최로 서울 마포 리버티홀에서 열린 ‘공공개혁 역행하는 노동이사제, 무엇이 문제인가’ 노동정책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노동개혁이 표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노동분야의 경직성을 높이는 역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가 도입하려는 근로자이사제"라고 지적했다. 최 부원장은 "노조의 이사회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는 명백히 행정 기관으로서 잘못된 일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원장은 "주주 자본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해관계 자본주의'를 도입하려는 근로자이사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하나의 실험"이라며 "서울시는 기업 경영원리에 위배하는 근로자이사제와 같은 또 하나의 규제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최승노 부원장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1980내 후반부터 우리 경제는 점차 활기를 잃었다. 여러 가지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노동시장의 경직성이다. 노동문화가 과격해지고 노동자 편향의 행정 및 제도 운영이 이어지면서 산업 현장은 활동성과 새로운 활력을 얻는 데 한계를 갖게 되었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선하자는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했다. 노동개혁은 노조의 강력한 조직력과 활동에 밀려 매번 실패하고 말았다. 최근 정부가 추진한 노동개혁 5법도노동단체의 반발과 국회의 비협조로 흐지부지 될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의 노동개혁은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 이렇게 노동개혁이 표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노동분야의 경직성을 높이는 역행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가 도입하려는 근로자이사제이다.

과연 기업 이사회에 노동집단 이익을 대표하는 노동이사가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당연히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기업의 원리에 위배할 뿐 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노동문화를 더욱 경직시킬 가능성이 높아 그 폐해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울시는 노동자 집단의 이사회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행정 기관으로서 할 일이 아닌 잘못된 일이다.

근로자이사는 주객이 전도된 이사회 운영 불러 올 듯

노조는 근로자의 임금 등의 처우 개선이 본연의 설립 이유이다. 따라서 정부가 노조 인사의 이사회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적 의사결정 체계를 위협하는 월권행위가 된다. 가뜩이나 노조의 권한이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강한 한국의 노조이다. 이사회 참여라는 특혜가 늘어난다면 기업 경영의 효율성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근로자이사제를 주장하는 측은 독일의 이해관계 자본주의를 벤치마킹하는 선진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독일도 노조 참여의 폐해를 알게 되면서 하르츠 개혁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진국이 실패한 제도를 선진국이 했으니까 따라 해보자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최근 독일에서 폭스바겐 사태로 그 폐해가 드러난 바도 있다.

노조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이사회가 잘못된 경영을 하도록 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독일은 노조를 포함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감독이사회와 경영자들이 운영하는 집행이사회 이중구조로 되어있다. 그렇기에 경영자들이 기업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고 싶어도 감독이사회의 간섭을 받는 비효율적인 구조이다. 결국 노조의 이사회 참여는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이해당사자의 요구에 끌려 다니도록 만들어 기업경영을 위협할 수 있다.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가 강행하고 있는 '노동이사제'는 주주 자본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하나의 실험이다./자료사진=연합뉴스


독일에서도 이런 폐해가 생기는데 노조의 권한이 강력한 한국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된다면 기업경영의 효율성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경영사안마다 투쟁을 통해 관철하려 했던 정치적 주장을 경영에 개입시키려 할 것이다. 노조와 같은 이해관계자들은 기업 경영을 감시하고 감독하기보다 폭스바겐 사태에서처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회사경영을 위태롭게 만드는 폐해가 늘어날 것이다. 특히 한국의 노조는 불투명하고 폭력과 불법을 투쟁수단으로 삼는데 익숙하다.

책임과 법치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지금까지 노조의 행태를 보면 기업의 미래를 위한 의사결정에 늘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서왔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서울시의 근로자이사제는 기업에 큰 위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에 근로자이사제가 강제로 도입된다면 이를 시작으로 민간 기업으로 전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의 입김이 강한 한국에서 기업관련 정책은 공기업부터 시작해 민간 기업으로 까지 강제해온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기업들은 의사결정에서 주주들의 의사결정이 아닌 소수의 특권집단들에게 휘둘리는 주객전도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대마불사(大馬不死) 우려됐던 지하철 공기업 통합

효율성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서울시는 1~4호선, 5~8호선의 지하철 공기업을 통합하려 했지만 결국 지하철 양대 노조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서울시가 하려던 지하철 공기업 통합의 본질을 살펴보면,이는 기업구조조정의 본연의 목적인 주력사업 강화, 인력구조조정 등 수익성,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인력감축, 경영효율성 개선 등의 자구노력 사항은 없었다. 오히려 노조의 권한 강화와 터무니없는 임금상승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서울시는 통합을 추진하면서 약 1000명의 인력감축을 시행할 것이라 주장했지만, 실상은 임금피크제 관련 약 730여명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감축은 290여명일 뿐이었다.

더구나 철도공사와 같이 거대화된 공기업은 그 자체로 대마불사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정부나 지자체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부채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에 소홀할 것이다. 결국 부채 누적으로 인한 공기업의 위기는 국민 세금이라는 수단으로 모면하려고 하는 문제점이 내재되어 있었다.

서울지하철공사 통합과 관련 근로자이사제 도입 외에도 퇴직급여, 재직자 1인당 임금 인상, 임직원 전용 휴양소, 차량기지 내 실내체육관 건립 등 노사정 합의안을 보면 노조의 요구가 얼마나 터무니없이 많았던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노조가 아직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요구를 하고 있는데 이사회까지 참여하게 된다면 경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소비자와 국민을 위한 기업이 아니라 노조를 위한 공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서울시의 지하철공사 통합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아닌 노동자의 경영참여, 각종 임금, 수당 등의 인상으로 노동자 편향의 부실기업을 만들어 공기업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았다.

한국의 경영환경에서 기업은 노조의 파업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그런 상태에서 노조의 특권을 강화시켜주는 서울시의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은 잘못된 정책 방향이다./자료사진=연합뉴스



기업의 의사결정은 자율적으로

일반 기업의 의사결정은 경영자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주주들은 투자한 기업이 수익이 떨어지거나 자신의 이해와 맞지 않으면 주식을 팔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그것이 시장이며, 자본시장의 역할이다.

하물며 이행당사자는 주주보다 주인의 역할에서 더욱 떨어져있는 존재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이해관계자라는 명분으로 노조가 참여하는 것은 기업경영을 위협하는 잘못된 일이다. 지금까지 한국 노조의 행태를 보면 이는 빈말이 아닐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의 미래를 위한 합의에 나서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아온 노조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기업 경영을 위협하는 일이 된다.

노조이사는 노조 집단의 이익을 위해 경영진들과 대립하면서 경영상 결정을 왜곡시킬 것이다. 경영진들은 노조이사를 설득하기 위해 무리한 요구에 끌려 다니며 손실을 감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경영환경에서 기업은 노조의 파업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그런 상태에서 노조의 특권을 강화시켜주는 서울시의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은 잘못된 정책 방향이다.

더구나 노조의 경영참여는 주주 자본주의의 경제에 맞지 않다. 근로자이사제는 주주의 의견에 반하는 노동이사들의 전횡이 예상된다. 주식회사 방식의 시스템에서 이익집단을 위한 근로자이사제도가 도입되면 주식회사의 본질인 주주의 이익이 아닌 노조의 권한과 이익을 위한 이사회로 변질될 것이기 때문이다.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은 그런 의미에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주주 자본주의가 근간인 한국에서 이해관계 자본주의를 도입하려는 근로자이사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하나의 실험이다. 서울시는 기업의 경영원리에 위배하는 근로자이사제와 같은 또 하나의 규제를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정이익집단이 아닌 기업경영진들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보장해야 기업경영이 건실해 질 수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최승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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