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근 북한의 수학영재가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홍콩을 방문했다가 한국총영사관에 진입해 망명을 신청한 일은 꽤 충격적이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대회에서 3차례 은메달을 수상했을 정도라면 북에서 상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처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탈북 동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선 체제 불만에서 비롯됐을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이 사실은 홍콩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이미 리정렬 군이라는 실명까지 공개됐다. 신문은 이번 대회가 열린 홍콩과학기술대학 폐쇄회로TV를 확인한 결과 한 학생이 대학캠퍼스를 혼자 떠나는 것이 확인됐고, 이후 이 학생이 20여㎞ 떨어진 홍콩주재 한국총영사관을 찾아 망명신청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김정은정권 들어 올 상반기 탈북자 수가 처음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에서 머무르던 북한주민의 탈북 사례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김정일과 달리 탈북억제에 힘을 쏟아온 김정은도 탈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2일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입국한 탈북민은 815명(잠정치)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6%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중국에 있던 북한주민들이 탈북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과거 수년씩 중국에 머무르다가 탈북하는 사례가 많았었다면 최근에는 중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단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생계형 탈북자들이 주를 이룰 때만 해도 돈을 벌기 위해 중국에 나갔다가 우연한 기회에 남한으로 왔다는 탈북자가 있을 만큼 탈북은 계획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탈북 비용이 1000~1500만원까지 오른 상황에서도 탈북은 이어지고 있고, 그만큼 탈북을 결심하는 동기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특히 김정은 집권 5년동안 무려 40여명의 엘리트층이 북한을 탈출한 것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휴대전화, 인터넷, USB 등을 통해 외부정보가 유입되면서 자유와 부를 동경하는 북한 주민들이 늘어났고, 이들 중 탈북자가 생겨나면서 탈북 계층 수준이 달라진 것이다.
실제로 북한인권정보센터가 탈북자들을 면담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경제적인 이유는 점차 줄어들고 있고, 이미 탈북한 가족을 찾아 탈북하는 가족의 재결합이 대세를 이루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정권 들어 올 상반기 탈북자 수가 처음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에서 머무르던 북한주민의 탈북 사례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김정일과 달리 탈북억제에 힘을 쏟아온 김정은도 탈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중국 북한식당 종업원 13명 집단탈북 사진=통일부 제공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정의연대’ 정 베드로 목사에 따르면, 최근 탈북 동기 중에는 외부에서 남한소식을 접한 뒤 실제로 확인해보고 싶은 욕망으로 탈북하는 사례, 자녀의 장래를 위해 남한에서 교육시키고 싶어 탈북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캐나다나 일본, 스웨덴에서 자녀를 유학시킬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 탈북자도 있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도 최근 탈북 추세와 관련해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찾아, 더 잘 살기 위해 탈북하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많아졌다”며 “물론 아직도 탈북민의 50%는 경제적 어려움을 탈북의 이유로 꼽고 있지만, 더 나은 기회를 찾기 위해서라는 답변도 20%까지 상승했다”고 전했다.
최근 탈북민 증가세를 고려할 때 국내 거주 탈북민의 수는 올해 10월 혹은 11월쯤 3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70년 분단역사에서 탈북은 꾸준히 있어왔던 일이지만 이처럼 탈북 요인이 다양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압박 요인이 되어 엘리트층의 탈북을 부추기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북한의 외교관, 고급장교 출신들의 탈북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관련이 깊다. 대북제재가 길어질수록 김정은의 외화벌이 압박도 심해지면서 충당금을 채우지 못하게 된 간부들이 탈북을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 업무와 관련된 외화벌이 일꾼이 제3국에 머무르던 중 450억원을 들고 남한으로 탈북했다는 설도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앞서 올해 4월 중국 닝보의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탈북한 것도 대북제재 속 해외 북한식당의 경영난과 관련이 있다. 이들은 한 직장동료일 뿐인데도 한꺼번에 한마음으로 탈북해 의혹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이 밖에 5월 중국 산시성의 북한식당 종업원 3명이 탈북했고, 몰타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3명이 탈출한 사실도 최근 알려졌다. 또 지난달 말 중국 랴오닝성의 공장에서 일하던 북한 여성 8명이 집단 탈출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한 일도 있다.
대북제재로 인해 중국은 물론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식당의 잇단 폐업이 있었고, 전반적으로 매출이 하락한 데다 일부 국가에서는 근로자들의 비자 발급도 제한되면서 불안을 느껴 탈북한 사례들이다.
김정은은 집권하자마자 탈북 단속을 강화했고, 탈북자들을 다시 잡아들이는 유화정책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버지 김정일은 탈북자에 무관심했지만 김정은은 보위부를 동원해 중국에서 납치사업도 했다. 이 때문에 남한에 정착했던 탈북자들이 입북해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요인으로 탈북자가 지속되는 것으로 북한체제가 전환할 임계점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정부가 공개한 지난 닝보의 북한식당 13명 종업원들의 진술 중에는 “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는 탈북 동기가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이어지는 한 김정은은 외화벌이를 위해 더 많은 주민들을 외부로 내보낼 수밖에 없게 될 것이고, 앞으로도 다양한 이유로 탈북자는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어보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