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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결산-①]자기 꾀에 빠진 한국유도, 양궁에게 길을 묻다

2016-08-19 07:55 | 조항일 기자 | hijoe77@mediapen.com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양궁, 태권도 등과 함께 올림픽 효자종목으로 분류되던 유도가 리우올림픽에서는 '노골드' 수모를 겪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16년만이다. 

한국 유도 대표팀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남자 7체급, 여자 5체급에 출전했다. 남자 대표팀의 경우 무려 4명이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어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유도대표팀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66kg급에 출전한 안바울과 90kg급 곽동한이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나머지 한 개의 은메달은 여자 48kg급에 출전한 정보경의 몫이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경기장 2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유도 남자 60kg급 패자부활전 대한민국의 김원진이 일본 다카토 나오히사의 경기에서 패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사진=뉴스1 제공.


유도 대표팀의 부진은 그동안 올림픽 무대에서 종종 한국의 발목을 잡아 온 까다로운 일본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불러온 참사였다. 

실력이 좋은 일본을 피하기 위해 유도 대표팀은 세계랭킹을 순위를 끌어 올려 좋은 시드를 받아 메달권 진입을 노크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많은 대회에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켜 우리 대표팀의 전력만 노출시킨 꼴이 됐다. 실제 이번 유도 대표팀은 4강전은 커녕 대부분의 선수들이 16강, 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는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노메달' 수모를 이미 경험한 일본이 이번 리우올림픽에 임하는 자세와 상당히 비교된다. 

일본은 지난 런던올림픽에서의 굴욕을 만회하기 위해 일본은 체급당 3명 가량을 국제대회에 돌아가며 출전시켜 전력을 감췄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금 3개, 은 1개 동 8개 총 12개 메달을 쓸어 담아 4년전의 아픔을 설욕했다.  

선수층이 얇은 점도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얻은 교훈이다. 유도의 경우 일본을 비롯한 프랑스 등 강국들은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한다. 따라서 한 명의 선수가 많은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선수가 경쟁을 하며 국제대회에 참가한다.

반면 한국은 대부분의 체급에서 한 명의 선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경쟁자들이 많이 출전하지 않는 대회에도 한국 선수들은 많이 출전했다. 이는 결국 대표팀 내 선수들 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면서 실력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왔다. 

일본을 지나치게 경계한 반면 유럽과 남미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자만도 이번 유도 올림픽대표팀의 착오다. 

김원진은 8강전에서 베슬란 무드라노프(러시아), 안창림은 16강전에서 티르그 판 디첼트(벨기에)에게 발목을 잡혔다. 

여자 유도대표팀의 김잔디도 16강전에서 하파엘라 시우바(브라질)에게 절반패를 당했다. 결승에 오른 안바울과 정보경은 각각 파비오 바실(이탈리아), 파울라 파레토(아르헨티나)를 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이 아닌 유럽과 남미에 당했다. 

안정된 자세와 기술을 중시하는 일본유도만 대비하다 보니 힘을 앞세워 공격하는 유럽과 남미선수들에게 속수무책이었다. 

유도 대표팀의 리우올림픽은 끝났다. 결과는 아쉽지만 4년 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또 다시 수모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경쟁이 필요하다.

리우올림픽 전 종목 석권의 위업을 달성한 양궁 대표팀의 경우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거는 것보다 대표팀에 승선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한국 양궁이 근 30년간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끊임없는 경쟁을 통한 선수들의 실력 평준화에 있다. 그리고 과감한 투자와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의미가 있다. 리우올림픽에서의 뼈아픈 경험을 토대로 전략의 전면 수정을 통해 4년 뒤 도쿄올림픽에서 수모를 만회하면 그만이다. 

한국 유도는 역대 금 11개, 은 16개, 동 16개 등 총 43개의 메달을 획득하면서 우리나라 올림픽 단일 종목 역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안긴 종목이다. 한국 유도는 여전히 세계 최강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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