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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철강보고서, 국내업계 알고보니 '화들짝'

2016-09-30 10:22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위협받는 국내 철강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제시한 컨설팅 결과가 공개되자 관련 업계는 일제히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쟁력강화 방안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개선방안에서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게 그들이의 주장이다.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위협받는 국내 철강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제시한 컨설팅 결과가 공개되자 관련 업계는 일제히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포스코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 개의 컨설팅업체에서 각각 내놓은 보고서에는 철강의 공급과잉 현황에 대한 분석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담겼다.

예컨대 철강 보고서는 후판을 대표적 공급과잉 분야로 지목하면서 앞으로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므로 생산 조정을 검토하라고 제안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업계는 자발적인 구조개선을 통해 공급과잉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활발하게 벌여왔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급과잉이니 생산을 더 줄이라'는 식의 원론적 이야기만 담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들어간 시간과 비용이 아깝다는 불만까지 나왔다.

4개월 만에 보고서를 받아든 철강업계는 '실망스럽다'는 분위기다.

철강협회는 지난 5월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과 수요위축으로 국내 산업이 위기를 겪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해 컨설팅을 추진했다.

이날 나온 보고서에서 BCG는 글로벌 철강수요가 2030년까지 연 1%대의 저성장을 지속함에 따라 2020년에 7∼12억t 규모의 조강생산능력 과잉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며 판재류·후판·봉형강·강관 등 4개 제품군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제시했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분야는 후판(두께 6mm 이상인 두꺼운 철판)이다. BCG는 보고서에서 조선산업의 수주 급감으로 후판 수요가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생산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에 더 이상의 감축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에는 포스코가 4개, 현대제철이 2개, 동국제강이 1개의 후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공장의 후판 생산능력은 모두 약 1200만t으로 추산된다.

현재 국내에는 포스코가 4개, 현대제철이 2개, 동국제강이 1개의 후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공장의 후판 생산능력은 모두 약 1200만t으로 추산된다./한국철강협회



이 가운데 동국제강은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후판 공장을 폐쇄했으며 현재는 충남 당진에서 연 150만t 규모의 후판만 생산하고 있다.

동국제강 입장에서는 후판 공장이 한곳밖에 없는 상황에서 후판 생산을 더 줄이라는 보고서의 제안은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인 셈이다.

수요가 감소하니 공급을 줄이라는 식의 대안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후판은 철근이나 형강과 달리 주문자 생산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설비와 생산량에 차이가 있다. 주문자의 수요에 따라 공급량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최근 저가 중국산 제품이 범람하면서 국내시장의 후판 자급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3사가 후판 공급을 더 줄이면 중국산 수입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면서 "철강 수요가 준다고 해서 무작정 우리 제품 생산량을 줄이라는 것은 자칫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선산업이 점차 살아날 경우 수요는 느는데 생산이 부족해 중국산을 더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BCG는 철근과 같은 원통형 봉형강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취약한 기반을 다지고, 강관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등 제도적 지원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을 자연 재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판재류는 미래소재 개발과 수출기반 확대를 통해 가치를 더욱 키우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사실 업계에서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며 "이럴 거면 큰 비용을 지불하고 컨설팅을 맡길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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