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제45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8일 0시(미국 동부시간·한국시간 8일 오후 2시)를 기해 투표에 돌입했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의 지난해 3월 출마선언으로 시작된 대선 597일간의 열전이 뉴햄프셔 주 작은 마을 딕스빌노치 등 3곳에서의 동시 투표를 시작으로 대단원에 이르렀다.
당선자의 윤곽은 당일 밤(한국시각 9일 정오 전후) 드러날 전망이다.
8일(한국시간)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햄프셔 주의 작은 마을인 딕스빌노치에서 시작된 첫 투표에서는 클린턴이 4표를 얻어 2표의 트럼프를 눌렀다. '첫 여성 대통령이냐, 억만장자 부동산재벌인 이단아냐'를 놓고 1억5000만 명에 육박하는 미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누가 되더라도 240년 미국사의 한 획을 긋게 된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되면 8년 전 흑인 대통령에 이어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미국의 모든 여성이 참정권을 갖게 된 1920년 이후 100년여 만의 일이다.
마지막 '유리 천장'이 깨지며 미국 민주주의는 한 단계 진보하는 의미가 있다. 첫 부부 대통령, 민주당 3연속 집권의 기록도 세우게 된다.
반면 백인 저소득층의 분노에 힘입어 '에이브러햄 링컨'의 공화당 대선후보가 된 도널드 트럼프가 대권까지 거머쥐면 그 파장은 미 대륙을 넘어설 것이다.
반(反)이민 정서와 백인 중심주의, 고립주의와 보호무역 등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전 세계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레이스 과정에서 미 국민은 양극화와 삶의 질 저하, 금권 기득권 정치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표출했다. 이는 '샌더스 현상'과 '트럼피즘'으로 나타났다.
많은 미국인 유권자들이 클린턴의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정치혁명' '소득 불평등 타파' '이너프 이즈 이너프'(Enough is Enough, 이제 그만)의 구호에 열광했다.
아웃사이더 트럼프에 백인 저소득층의 지지가 몰린 것도 기성 워싱턴 정치에 대한 실망의 표출이었다.
하지만 클린턴과 트럼프 두 후보는 이러한 열망을 온몸으로 받아내기보다 포퓰리즘 영합과 네거티브 진흙탕 싸움에 몰두했다.
'이메일 스캔들'과 '음담패설 녹음파일' '성추문' '대선 불복' 등으로 레이스가 얼룩지면서 이번 대선은 '가장 추잡한 선거'로 전락했다.
유권자들은 '차악(次惡)의 후보'를 선택하는 상황에 몰렸다.
역대 어느 대선보다 한반도 이슈가 많이 등장한 이번 선거의 결과는 한국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동맹 재조정을 비롯한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말할 것도 없지만, 클린턴이 집권하더라도 한국의 역내 안보역할 요구가 커지고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통상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판세는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무혐의 종결로 최대 악재를 털어낸 클린턴의 우세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이날 공개한 추적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47%, 트럼프는 43%로 나타났다. 전국단위 여론조사는 클린턴이 대체로 1∼6%포인트 우위다.
NBC방송은 경합주 여론조사 흐름을 토대로 클린턴이 274명, 트럼프가 1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종 집계라면서 클린턴과 트럼프가 각각 275명과 190명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했다.
클린턴이 대선 승부를 결정짓는 '매직넘버'인 270명을 이미 넘겼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결전을 하루 앞둔 7일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첫 공동유세를 갖고 굳히기에 몰두했다.
트럼프는 대선 승리를 위한 교두보로 여겨온 미시간을 이틀 연속 찾아 막판 뒤집기에 주력했다. 앞서 클린턴과 트럼프는 6일 USA투데이에 밝힌 '최종 변론'에서 각각 "트럼프가 분열을 조장했다" "클린턴 당선시 전례없는 헌정위기가 초래될 것"이라고 서로를 비난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