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에 사실상 실패한데 이어 한진해운마저 청산수순에 돌입하면서 정부주도의 해운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비난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에 사실상 실패한데 이어 한진해운마저 청산수순에 돌입하면서 정부주도의 해운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여론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한진해운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사실상 공중분해를 밟게 된데 이어 현대상선도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의 정식회원이 되지 못하면서 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삼일회계법인은 전날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에 대해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을 청산했을 때 가치는 1조8000억원으로, 존속가치는 9000억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주·아시아 노선 등 핵심 자산에 대한 영업 기반 자체가 붕괴됐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 39년간 아시아의 해운강자로 군림해오던 한진해운이 청산수순에 돌입하면서 한때 세계 6위를 점하던 한국 해운업의 위상 또한 추락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 한국 컨테이너 해상수송 능력은 5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전보다 59%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올해 상반기 160여척에 달하던 국내 컨테이너선도 정부의 구조조정 결과 70척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유일한 국적선사로 남은 현대상선의 경쟁력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현대상선은 2M 해운동맹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라는 모호한 지위를 얻으며 “반쪽협상에 그쳤다”는 평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채우기는커녕 치열한 글로벌 해운사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 해운업의 붕괴에 따른 위기의식이 고조돼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업계에선 예견된 수순으로 보고 있었다”면서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외국선사들의 배만 채워준 결과를 낳았다. 세계 해운 시장에서 한국 해운업이 차지하는 위상이 쪼그라들면서 운임료 협상 등 주요 이슈 선점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운임료 상승 등은 수출 강국인 한국의 경쟁력을 좀먹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정부당국의 해운업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해운업에 대한 큰 밑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채권단 측 이해관계에 무게 중심을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해운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짜기보다는 ‘면피용’ 대책을 내놓았다는 시각이 업계에선 지배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