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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특검 본격화' 재계, 경영차질 장기화 우려 확산

2016-12-21 12:41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함에 따라, 수사 대상인 주요 대기업의 긴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검팀 관계자가 21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21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날 오전 대치동 한 빌딩에서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인 수사 시작을 알렸다. 

특검팀은 대기업의 K스포츠·미르재단 자금제공, 최순실씨 딸 승마지원 등과 관련해 뇌물죄 입증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방향을 설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특검팀이 삼성, SK, 롯데그룹을 우선 수사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사장단·임원 인사를 비롯해 연말 행사를 대부분 연기한 삼성은 그룹 전체에 걸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가장 많은 출연금을 낸 것과 함께 최씨 일가를 개별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아 온 삼성으로서는 특검 수사의 칼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검찰이 삼성 서초사옥을 상대로 이미 두 차례나 압수수색을 실시한 데 이어, 이번 특검의 압수수색에서 첫 번째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해지면서 삼성 내부에서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전자가 승마 선수 지원 명목으로 최순실의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거액을 제공한 배경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전망이다.

앞서 특검팀은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을 조사한 데 이어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도 함께 만나 사전 접촉 형식으로 조사했다.

특검의 칼날은 삼성 외에도 SK, 롯데 등 자금 출연에 가담한 다른 대기업들에게도 향해 있다.

SK그룹은 특검 조사가 현실화 되더라도 K스포츠·미르재단에 뇌물성 자금을 준 것은 사실이 아니며, 이는 최태원 회장의 사면과 무관한 출연금이라고 일관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지난 2월 SK그룹이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원의 추가 출연 요청을 받았으나 결국 '없던 일'이 된 것과 관련해서도 실제로 K스포츠 측에 건너간 돈이 없다는 사실을 들어 특검 조사에서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롯데그룹도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며 특검 수사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롯데는 이미 신동빈 회장 등이 검찰의 잇단 수사와 국회 청문회 등을 거치며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한 만큼 특검 수사에서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 이상의 새로운 혐의가 불거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특검이 이번 사건에 대한 근원적 시각으로 바꾼다면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맞닥뜨려야하는 만큼 삼성, SK와 마찬가지로 긴장 가운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 SK, 롯데에 대한 특검 수사가 예고되면서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고, 심지어는 내년 상반기까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은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특검 수사가 이어진 데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중요 경영진이 추가 소환 대상에 올라 있어 경영활동에 큰 지장이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장 내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쇼 CES를 비롯해 2월 엑소르 이사회, 삼성의 하만 인수 후속작업 등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지만, 최근 출국금지 조처를 당하면서 경영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태원 SK 회장도 내년 1월 중순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올해 1월에도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CEO를 이끌고 다보스 포럼을 찾은 최 회장으로서는 이번 출금 조처로 인해 주요국 정상이나 글로벌 기업인들과 함께 사업 협력을 논의하는 시간을 잃게 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출국금지 조처가 확실치 않다는 입장이지만, 만일에 하나 출금이 현실화 할 것을 대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 하면서 기업인들로서는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크고 작은 사업전략 수립과 운영에 커다란 차질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특검을 맞게 된 기업들은 한편으로 분주히 대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우려도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기업의 돈을 뇌물로 단정 짓고 총수들을 다시 추궁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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