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현 경영 환경 아래서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슬로우(느린)가 아니라 서든데스(갑작스러운 죽음)를 맞을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2016 SK그룹 확대 경영회의’ 때 최태원 회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최 회장의 위기의식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경영일선에 복귀한 최 회장은 SK 전체에 체질을 바꾸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올해 SK 사장단 인사도 변화를 추구하는 최 회장의 의중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장단 인사 직후 최 회장은 ‘반도체 경쟁력 강화’라는 첫 번째 카드를 뽑았다. SK하이닉스는 22일 낸드플래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충청북도 청주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2조2000억원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경기도 이천 ‘M14 준공식’에서 선언했던 중장기 투자계획의 일환이라고 청주라의 신축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업계 리더십 확보를 위해 총 4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재계는 이번 SK하이닉스의 투자 발표에 적잖이 놀라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시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최 회장의 ‘배짱경영’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바뀌지 않으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최 회장의 위기감이 SK하이닉스 선제 투자의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이다. 하이닉스가 SK의 로고를 달기 전까지 주변의 반대가 많았다. 그러나 최 회장은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반도체를 점찍었고, 결국 인수를 밀어 붙였다.
그룹에 편입된 SK하이닉스는 한층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회장의 결단으로 체질개선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전체 반도체 업계의 투자가 축소되는 불투명한 경영환경 속에서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의 지시로 시설투자를 10% 이상 확대하는 선제적 투자를 실시했다. 연구개발비도 그룹 편입전인 2011년 8340억원에서 지난해 1조7560억원까지 늘었다.
이를 통해 확보된 경쟁력은 연이은 사상최대 실적 창출 등 안정적 경영활동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내년에도 하이닉스는 분기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는 중장기 먹거리로 낸드플래시를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44%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기반의 선제적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반도체 공장 건설은 통상 2년 이상이 소요된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이번에 청주공장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이는 최 회장의 주문하는 ‘변화와 선제적 대응’과 일맥상통한다.
D램시장에서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낸드 플래시에서는 다소 약한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IHS테크롤로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5위(10.7%)다.
SK하이닉스는 프리미엄제품의 비중을 늘려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 양산에 들어간 48단(3세대) 낸드플레이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72단(4세대)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양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