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국정불안,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악재로 지난 연말에 사실상 경영활동이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재계는 무거운 마음으로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맞았다.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신년사를 통해 대체로 '위기 돌파', '변화·혁신'에 맞춘 메시지를 임직원들에게 던졌다. 특검 수사, 조기 대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등 대내외 정치 변수와 불확실성이 산적한 새해 상황과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구본무 LG 회장(맨앞줄 가운데)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새해 인사모임에서 창립 70년을 맞아 주요 경영진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 LG그룹 제공
올해 업무 첫날인 지난 2일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은 일제히 신년사를 통해 경영목표와 전략을 제시했는데, 이 중에서도 재도약의 위기를 돌파하고 변화와 혁신을 이끌 핵심 사항으로 ‘4차 산업혁명’을 직·간접적으로 제시해 재계의 관심을 모았다.
4차 산업혁명은 기업들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경쟁력을 높이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가리키는 말로, 대표기술은 사물인터넷(IoT)과 센서 네트워크,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3차원(3D) 프린팅 등이 꼽힌다.
이번 주요 대기업의 신년사를 보면, 먼저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력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보호무역주의 등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다"며 “경쟁기업들은 과감한 투자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미래 핵심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올해 완벽한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자동차 산업 경쟁 심화에 따라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내실강화'와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을 추진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길을 개척한다는 각오로 우리의 사업 구조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주력사업은 사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고객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R&D(연구·개발)와 제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은 바로 구성원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의 진정성"이라며 "구성원 개개인의 마음과 자세, 그리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 속에 진정한 사업모델의 혁신이 촉발될 것이며 사업모델이 명확해진다면 자산 효율화도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7년 SK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 SK그룹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올해 그룹 정책본부가 축소, 재편되면서 각 계열사는 기술 개발, 생산,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수준에 맞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전세계에 불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우리에겐 큰 위기이자 기회"라며 "산업간 경계를 허무는 초융합과 초연결, 초지능의 기술혁명은 이미 우리를 새로운 미래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부터 본격화될 국내 생산인구 감소와 같은 변화의 흐름도 잘 읽고 중장기 사업비전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10년 후를 내다본 신기술, 신사업, 신시장을 개척하며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저수익 사업의 구조개선과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그룹의 사업구조를 더욱 강건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포스코만의 고유역량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경쟁우위 확보가 가능한 분야를 미래 성장사업으로 개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KT의 목표는 단순히 1등 통신회사가 아닌 지능형 네트워크 기반의 플랫폼 회사, IPTV 시장점유율 1위가 아닌 미디어 소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미디어 플랫폼 회사"라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사람을 이롭게 하는 '혁신기술 1등 기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4차 산업혁명에 있어 우리 기업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기업들보다는 후발주자지만 관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게 보편적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이라는 게 한국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주요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본 궤도에 오르는 올해를 맞아 살아남기 위한 장단기 구체적 전략과 전술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