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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기업 체력보강·체질개선부터 고려해야

2017-02-19 08:37 | 조한진 기자 | hjc@mediapen.com
‘최순실 게이트’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고 있는 재계의 시름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법’ 개정안이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노믹스’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 ‘소비절벽’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계는 좌불안석이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할 경우 기업의 근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다. 이에 경제단체들와 재계는 정치권의 합리적인 법안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권이 ‘포퓰리즘’으로 졸속 입법을 강행할 경우 되돌리기 어려운 파장이 예상된다. 미디어펜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이 불러올 영향을 4회에 걸쳐 심층 분석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상법, 잘못 건드리면 ‘메가톤급 폭탄’
②삼성·현대 '핵심기업' 외국자본 놀이터 되나
③공정거래법, 기업 체력보강·체질 개선부터 고려해야
④포퓰리즘에 새카맣게 속타는 재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빌딩 숲 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있다 /연합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재계에서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주의결권 행사 금지’와 ‘기존 순환 출자해소’ 조항이 시행될 경우 주요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영권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면서 투자 위축 등 기업경쟁력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는 기업들은 ‘자사주의결권 행사 금지’ 개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순환출자를 해소하지 못한 그룹은 ‘기존 순환 출자해소’의 입법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자사주의결권 행사 금지…지주회사 전환 차질 전망

헌행 법상 회사의 자사주에는 의결권의 부여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가 되는 회사는 기존 자사주에 대해 자회사의 신주를 배정받아 의결권을 만들 수 있다.

이때 지주회사는 자사주를 통해 상장 자회사의 지분 20%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 공정거래법의 규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적분할 후 자사주를 활용하고, 공개매수와 현물출자 등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에 속하는 회사가 분할하거나 분할합병할 때 배정받은 분할 신설회사의 신주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개정안이 논의 되고 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활용한 지주회사 전환에 차질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만 적용되지만 법 시행 이전에 인적분할을 완료한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예컨대 자사주 10%를 가진 모회사가 인적분할과 지분교환의 과정을 거쳐 자회사 지분 20%를 확보했다고 가정하면, 20% 보유 지분 중 인적분할로 의결권이 살아난 10%에 대해서는 보유만 가능하다.

특정 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회사의 지분을 강화했지만, 의결권을 인정받을 수 없어 지배력이 약화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자사주를 보유한 상태에서 인적분할을 고려하고 있는 상호출자제한집단 기업의 선제적인 인적분할 의미가 퇴색하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경영권을 방어를 위한 기업들의 위험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며 “외국과 같은 차등의결권 등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사업재편과 지배구조 개선활동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수출입 화물 선적과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순환출자 해소, 빨리 가면 체할 수도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존순환출자를 3년 안에 해소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뿐 아니라 기존 순환출자도 일정 시간 안해 해소하라는 것이다. 만약 해소를 못하면 불이익이 시정조치 등 부과된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부 기업들은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해진 기간 안에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수조원의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주목하고 있다. 지배구조 변화 없이는 총수의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증권업계에서는 순환출자 규제가 강화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간 지분 매각 및 매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순환출자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가속화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3개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 한 뒤 3개 회사의 투자부문을 합병해야 한다.

이 경우 순환출자가 해소되고, 현대차그룹홀딩스의 경우 순환출자 지분만큼 각각의 사업부문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이후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그룹홀딩스의 합병 또는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현대차그룹홀딩스에 현물출자하면 정 부회장이 지주회사인 현대차그룹홀딩스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다.

롯데도 순환출자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롯데는 과거 416개 였던 순환출자 고리를 67개까지 줄였다. 향후 롯데는 한국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석훈 한국경제 연구원 기업실장은 "정치권에서 각각의 법안을 잘라놓고 보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전체적인 흐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기업들이 순환출자를 많이 해소한 상황이다. 법으로 강제하는 것 보다는 기업들이 순환출자에서 지주회사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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