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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홍준표…재계 "포퓰리즘보다 일관성·자율성"

2017-03-22 14:02 | 조한진 기자 | hjc@mediapen.com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재계가 대권주자들과 차기 정부에 일관성 있는 ‘장기적 경제 비전’을 요구하고 있다. ‘포퓰리즘’을 의식한 단발성 정책이 남발될 경우 우리 경제는 물론,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재계는 시장 자정능력 확대와 경제의 원칙을 흔드는 투망식 규제의 해법도 바라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에 서 있는 가운데 정부주도형 성장공식 보다는 민간주도의 혁신을 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광화문으로! 촛불 승리를 위한 20차 범국민 행동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G2’의 신경전, 조기 대선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여러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보수적 경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조기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재계의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면서 경영 시계가 더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제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통해 “대한민국의 새 희망공식을 바라는 17만 상공인들의 열망을 담아 ‘공정사회-시장경제-미래번영’의 3대 틀을 제안한다”면서 주요 정당들이 대선과정에서 이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만큼 우리의 기업과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재계에서는 5년 마다 바뀌는 땜방식 경제정책으로는 우리나가라 선진국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때문에 20~3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중장기 경제 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인기’보다는 ‘일관성’이 중요한 경제 정책

재계는 앞으로 정부의 역할 재정립이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지금까지 5년마다 방향이 바뀌면서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졌고, 중장기 개혁 과제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우리 경제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이를 위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서도 대권주자들과 차기 정부가 장기적인 경제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표심’을 의식한 즉흥적인 경제 공약과 정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왔다 갔다 하는 정책 하에서 기업들은 경영계획을 수립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국내 정치, 사회의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 자체가 투자의 걸림돌이 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장기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기업들도 안정적인 경영전략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의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최근 우리 제조업은 매출이 3년 연속 하락하는 등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정해준 것만 하는 포지티브방식의 정부 연구개발(R&D) 대신 연구자가 연구아이템을 제시할 수 있는 네거티브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할 인프라 투자와 신재생에너지 개발, 초고속 운송과 교통, 기후변화 대책 등 지속가능한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수출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부산 신항부두 전경 /사진=연합뉴스


시장 자율성 확대…신뢰 회복도 과제

재계 안팎에서는 정부주도형 성장공식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제고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선진국과 같은 민간주도의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계는 경영관행의 선진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뜻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 강화 보다는 시장 자체의 감시와 견제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도입된 스튜어드쉽코드를 통해 기업이 투명·책임경영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판단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지침이다.

또한 재계에서는 ‘기업-노동자-정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로 불신의 골이 깊어질수록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정부가 기업을 믿지 못해 규제의 벽을 쌓고, 기업은 규범보다 실적을 우선시 하고 있다. 노동자 또한 공존보다 내 몫 챙기기에 급급하고, 정치권은 이해관계에 얽혀 대립을 지속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제주체들이 상호신뢰를 회복해 ‘윈-윈’할 수 있는 차기 정부의 역할과 정책 방향이 중요해지고 있다.

대한상의 자문위원인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경제에 대한 안정성이 확보돼야 미래 예측가능성도 높아져 기업들이 사업을 벌일 수 있다”며 “차기 정부는 일관적으로 정책을 펴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경제발전의 핵심주체인 기업들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성과 혁신의 노력들을 반드시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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