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40년간 한국 해운업을 이끌어온 한진해운의 파산 이후 해운업계는 어느 때보다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국 해운업은 한진해운 몰락 이후를 준비하는데 분주하지만 한때 국내 1위, 세계 7위였던 국적 선사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여러모로 녹록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한진해운의 뒤를 이어 제1 국적 선사가 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을 인수해 새롭게 출범한 SM상선이 최근 활발한 행보를 보이며 해운업계의 회복 국면을 견인해 관심이 모아진다.
18일 현대상선, SM상선 등 부산항 터미널 운영사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먼저 현대상선의 부산항 물동량이 40여개월 만에 13만개(20피트 컨테이너 기준)를 넘어서는 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3월 부산항에서 20피트짜리 기준으로 13만6여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달 9만1000여개와 비교하면 48.4% 증가한 규모다.
수출입화물은 7만3000여개, 환적화물은 5만7000여개로 각각 작년 동기 대비 40.80%와 49.39% 늘었다. 월 단위로 부산항 처리물량이 13만개를 넘어선 것은 2013년 10월(13만3859개) 이후 41개월 만이다.
현대상선의 부산항 처리 물동량은 지난해 9월 한진해운 법정관리 개시 이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8월까지는 월 8만~9만개 선에 머물다가 9월에 10만2000여개로 늘었고 10월부터 12월까지 11만개 선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12만4000여개, 2월 12만3000여개로 증가한 데 이어 3월에 13만개를 돌파했다.
특히 3월에는 신장 폭이 크지 않았던 환적화물이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2만개 가까이 늘어 증가율이 49.39%를 보였다. 환적화물은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제3국으로 가는 다른 나라의 수출입화물을 의미한다.
작년에는 수출입화물의 증가에도 환적화물은 오히려 줄거나 소폭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올해 1월과 2월에도 증가율이 14.58%와 1.04%에 그쳤다.
현대상선은 환적화물 급증세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높아진 한국선사 기피 심리가 완화돼 향후 더 많은 환적화물을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현대상선은 올해 부산항에서 150만개의 물동량을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컨소시엄을 이룬 흥아해운, 장금상선과의 컨소시엄 등 근해선사의 연계 물량까지 합치면 190만개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한 SM상선도 전 노선에서 높은 화물 적재율을 기록하며 부산항 물동량 증가에 이바지하고 있어 기대 이상으로 선방하고 있다.
SM상선은 3월 8일 베트남·태국 노선에 13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선박 3척을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3월 9일 베트남 하이퐁 노선(1000TEU급 2척), 4월 15일 중국노선(1000TEU급 1척), 4월 16일 미주 서안 노선(6500TEU급 5척), 4월 25일 일본노선(650TEU급 1척) 등 7개 노선에 12척을 운항 중이다.
이달 첫주까지 이 선박들이 부산항에서 처리한 총 물동량은 20피트짜리 2만8600개로 집계됐다. 이번 주에 처리할 물량까지 합치면 3만5000여개에 이를 전망이다.
파산한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노선을 인수하고 선박, 인력을 흡수한 SM상선은 올해 부산항에서 수출입과 환적을 합쳐 20피트짜리 컨테이너 25만개를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자사선을 24척까지 늘린 SM상선은 내년에는 미주 북부(캐나다)와 미국 동안 노선에도 선박을 투입하는 등 서비스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한진해운 사태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업체들 모두 잘 해보자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글로벌 화주들로부터 우리 선사들이 신뢰를 회복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업계는 물론 정부 역시 지원을 더욱 확대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