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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세습'·'북한인권' 빠지는 역사교과서 문제있다

2018-02-06 13:46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교육부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의뢰해 개발 중인 '역사과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을 두고 연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중고교생들이 2020년부터 배울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정책연구진(안)에 '북한 세습'과 '북한 인권', '6.25 남침'과 같은 현대사 핵심 서술이 빠져서다.

앞서 노무현 정부 당시 2007년 개정기준에는 북한 인권과 6.25 남침 표현이 들어가 있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2009년·2015년 개정기준에는 이와 함께 북한 세습체제라는 표현도 들어가 있었으나, 이번 초안에는 빠져 학생들에게 안일한 대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평가원 관계자는 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3회의 공청회를 거쳐 정책연구진(안)이 마련되었을 뿐 교육과정평가원 시안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빠진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현재 (북한 서술 등) 자세한 내용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평가원 입장이 따로 확정된 것 없다"고 밝혔다.

교육 전문가들과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을 정치나 역사의 도구로 삼는 것이 온당치 않다"며 "교육자의 책무를 넘긴 하지만 역사를 정치의 제물로 삼는 것 또한 개탄할 일이고, 이에 앞서 우파가 반성에 반성을 더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형곤 EBS 이사는 "바른 역사의식을 가르치는 역사교과서는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어떤 가치관을 가르치느냐에 따라 20~30년 후 대한민국 여론이 형성된다"며 "꾸준히 변화해온 교육과정에서 이를 왜곡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 이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수세적이었다면 이제는 공세적 입장에서 보다 많은 것을 바꾸려고 노력한 것"이라며 "시민단체나 정당 등 밖에서 저항하지 않으면 집필기준 그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다만 조 이사는 정부의 이러한 역사교과서 추진방향에 대해 "이념 지향적인 부분을 축소하고 팩트 중심으로 하자고 나서야 한다"며 "있는 팩트 마저도 빼버리면 어떻게 하나. 이념 지향을 학부모들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고교 현장의 목소리는 보다 구체적이었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집필기준 및 교육과정 시안을 이달 말 확정하면 이를 검토해 상반기 중 확정 고시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집필기준 개발자 46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경기도의 한 사립여고 교장은 "학부모도 진보 보수 등 두 부류로 나뉘어 역사교과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 민원 때문에 전교조 교사라도 함부로 가르치기 힘들다"며 "북한에 대해 미화하는 등 우려할만한 내용이 향후 교과서에 담길 수 있고 이에 따라 내신 시험문제에 팩트 오류가 있거나 고의적인 왜곡이 있을 경우 학부모 항의가 빗발칠 수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 고교의 한 사회 교사는 "북한을 미화한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치라는 것"이며 "현장에서 교사들이 기술적으로 편향된 역사인식을 주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사들이 시험문제를 낼 때 주관적으로 할 수 있고 역사 교사들의 좌편향성이 크다"며 "교실에서 프린트나 영상물, 영화 등 보조자료를 많이 활용하는데 그것 자체가 새로 나올 역사교과서와 연계해 편향적으로 흘러가면 막을 길이 없다"고 우려했다.

중학교에서 도덕 및 역사를 가르치는 한 교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결부된 집필기준의 한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중학교 1~2학년 도덕 교육과정에서 남북의 분단과정을 다루는데 그 나이까지는 교사 재량껏 가르칠 수 있지만 중학교 3학년이나 고교 교육과정이면 수능과 직결된다"며 "교사의 자의적인 역사 해석이 들어가는 등 일부 평가에서 문제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평가원이 다양한 교과서 운운하면서 공청회에서 '집필기준의 적정화, 최소화' 방침을 밝혔지만 이는 정작 수능, 모의평가, 학력고사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각 교과서의 공통서술만을 담다보니 평이한 단순암기로 나왔지만 3점 배점을 받아 논란이 일었던 지난 2016년 11월 수능 한국사 문항을 소개했다.

그는 "중고교 교육현장에서 학생들 평가에 필요한 교과서 집필기준은 평가원의 최소화 방침이 아니라 보다 명확하고 자세한 서술"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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