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의 ‘스피드 경영’이 다시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 반도체 단지에 수십조원을 투입, 제2 생산라인 건설을 추진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복귀 후 첫 투자 계획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경영위원회를 열고 평택에 제2공장 투자를 결정한다. 2020년 생산 시작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반도체 분야의 주도권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에도 반도체 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호황이 올해를 끝으로 수그러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중 공급이 부족한 품목을 우선 생산할 수 있도록 건물을 만들고, 완공 시점에 맞춰 장비 반입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달 안에 평택시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 본격적인 외관 공사에 들어간다.
앞서 완공된 평택 공장 1라인은 1단계 투자에 15조6000억원, 2021년까지 2차 증설 투자에 14조4000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앞으로 공장의 투자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외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증권가는 평택2공장 투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평택 2라인은 올해 투자될 가능성이 높았다”며 “메모리 부문 투자는 2017년 21조원에서 2018년 26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어규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 석방 이후 첫 대규모 투자 결정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며 “삼성전자의 구체적인 답변이 없지만, 평택 1공장 2층 마지막 장비입고가 올해 계획된 상황에서 신규 국내 클린룸 건설은 분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익성 향상으로 2018년 상대적인 실적 상승율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거와 다른 공급 증가로 메모리 가격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가 결정 나더라도 외부적으로 공개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 부회장의 복귀로 그의 ‘리더십 발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삼성은 대한민국 기업이지만 한국을 벗어나 세계의 경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한국식 정서를 벗어나야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오래 전 이야기한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명언은 지금 더 유용한 개혁 방향”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개혁을 선도 했던 이건희 회장의 마음가짐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는 의미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도 서초사옥으로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날에는 이 부회장 자택으로 검은색 세단 몇 대가 드나든 점에 착안, 수감 기간 동안 밀린 보고를 하려는 삼성의 임원들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