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북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방한한다. 이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영철 통전부장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조 남파,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 등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또 김영철은 세계 국가들을 위협하는 북한 사이버 공격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받고 있다.
2010년 3월 26일 북의 정찰총국장이었던 김영철 통전부장은 우리 병사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爆沈)을 주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10년 5월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때 누가 주역이라는 부분은 없었다"고 했다. 김 통전부장의 방남을 거부할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국제 조사단의 당시 조사 결과 발표는 현장 물증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북의 소행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북 내부에서 누가 주도했는지는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 2010년 11월 국회 국방위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은 천안함 폭침 주범이 김 통전부장임을 확인했고, 국방부 대외비 문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
또한 2010년 9월 당시 오바마 미 대통령은 '사망자 46명을 낸 천안함 기습 공격'을 비롯한 북의 도발 행위를 열거한 뒤 김 통전부장을 대북 제재 행정명령 대상자로 지목했다.
북에서 대남 무력 도발을 수행하는 기관은 김영철이 맡고 있던 정찰총국밖에 없다. 김 통전부장을 천안함 폭침 책임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은 천안함 폭침이 북의 소행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영철은 2012년 2월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상장(중장)에서 대장으로 승진했다. 대남 도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이런 인물이 오는 25일 치러질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해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다.
하지만 더 참담한 것은 여당의 태도다. 김 통전부장의 방한 소식이 나오자 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앞서 김현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행사에 김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여당의 행태에 대해 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김 통전부장의 방한을 반대해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임종화 경기대 교수는 23일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약속한 대북 압박정책을 비틀어 버렸다"면서 "이는 앞으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이 아닌 자작극이라는 얘기를 또 꺼낼 것이다"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민주당이 김 통전부장의 방한에 '환영'의 뜻을 밝힌데 대해선 "대한민국의 정당이 아니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평화통일을 어긴 당사자에 대해 이같이 환영하면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것을 집권당이 입중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집권여당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가장 큰 상처를 받는 것은 천안함 희생 장병들의 유가족들과 생존한 장병들일 것이다.
천안함 참전 생존자 안재근씨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김영철은 천안함 승조원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군의 주범이다. 당시 국방부와 합동조사단이 북한의 어뢰 기습공격에 의한 폭침으로 결론 내렸다"며 "그런데 통일부 장관이(국회 나와) 천안함의 책임소재가 북한이라고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LL 무단침입해서 우리 해군 군함을 기습 공격해 국민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주범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다는데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면서 "천안함 유가족, 생존참전장병이 살인을 주도한 주범이 우리나라 대통령과 악수하고 귀빈 대접받으며 웃는 모습을 저희가 어떻게 봅니까? 저희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며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안 씨는 이어 "천안함,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로 피해를 입은 국군장병 및 유가족, 자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남북관계, 북미관계에만 신경 쓰며 특사로 누가오든 환영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유가족들은 24일 청와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영철의 폐회식 참석을 반대하는 글 수십 건이 올랐다. 이 가운데 ‘천안함 폭침의 주범 김영철의 폐막식 참석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거부해 주십시오’란 제목의 청원에는 1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북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모습./사진=방송화면 캡쳐
[미디어펜=정광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