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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로시대②] 근로시간 단축 일부 기업 "업무 생산력 올랐다"

2018-02-28 15:21 | 박유진 기자 | rorisang@naver.com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게 된 근본적 배경은 일과 생활의 균형과 업무의 효율성 부분이다.

그동안 한국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업무 시간에 비해 현격하게 뒤쳐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2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지만 노동생산력은 OECD 평균(47.1달러)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이와 관련해 지난 5년간 노동계와 정치권에서는 근로단축을 통해 업무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장시간 근로에 따른 피로도가 오히려 노동생산력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개정안 이전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해왔던 기업들도 존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52시간 근로에 대비해 예행 연습을 진행했고 중소기업들 중에서도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인 곳이 있다. 이 경우 근로시간을 줄여 노동생산력이 증가했다는 입장을 내놓는 기업들이 많았다.

경기도 파주시 소재 보리출판사는 지난 2012년 출판사 최초로 '시간적립제도'라는 근로 단축 제도를 시행해 이달까지도 운영하고 있다.

근무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줄이되 임금은 그대로 두고 연장근무에 따른 추가 시간을 별도로 적립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적립된 시간은 향후 조기 퇴근과 휴가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출판업종의 경우 마감 일정이 한번에 몰아치는 등 야간 근무가 불가피한데 정착까지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근로시간이 단축된 만큼 업무 속도도 빨라져야 해 직원간 소통이 단절되기도 했다.

김성재 보리출판사 부장은 "매달 늦게까지 잔업에 시달리는 잡지와 디자인 부서는 야간근무가 불가피했다"면서 "근로 패턴에 맞춰 발주 일정과 회의일정 등을 조정하고 문제 발생 시 노사간 회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 수년째 중도 포기 없이 이어져 온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 성곡동에 위치한 한국나노텍 내부 모습/사진=한국나노텍



제조업체 중에서도 근로 단축을 통해 생산력을 늘린 곳이 존재했다.

도장전문 업체인 한국나노텍은 지난 2012년 근무시간을 4시간 줄이되 월급은 그대로 유지하는 '장시간 근로 개선사업'을 시범운영했고 올해까지 주간 2교대 체제로 공장을 운영중이다.

기존까지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던 야간근무를 없애고 주간에만 6시간씩 2교대로 운영하는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 공장 가동에 따라 장시간 근로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생산설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근로시간을 줄인 상태다.

우한별 한국나노텍 과장은 "장시간 근로에 따라 불량품이 많이 나기 시작해 생산성 효율 차원에서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구축했고 남은 인력은 모두 생산 현장에 보냈다"면서 "기계와 사람이 함께 근무를 하다보니 불량 검수도 더 꼼꼼해졌고 1분당 150개였던 생산량이 300개까지 늘어나는 등 업무 생산성리 높아졌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의 경우 초기 구축 비용이 커 대기업 등을 제외하면 조달 비용이 쉽지 않다. 또 사람 인력을 기계가 대체한다는 면에서 대량 해고 우려가 있지만 이 기업은 남은 인력을 모두 생산지원에 보충해 고용 안정을 유지했다는 입장이다.

우 과장은 "잔업 수당이 줄어드는 등 직원들에겐 불리한 측면이 있어 초반엔 반발이 일기도 했었다"면서 "노사간 협의를 통해 해당 문제를 해결했고, 생산품질이 좋아짐에 따라 발주물량이 늘어나 오히려 고용 촉진이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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