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쇼크'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AI 열풍이 불고 있다. 주요 ICT 기업들은 앞다퉈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AI 대전'을 위한 몸풀기에 돌입했다. AI는 기존 인간이 만들어 놓은 지식을 기계에 학습시키는 것에서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접목한 서비스,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AI가 실생활에 더욱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AI 열풍에 빠진 ICT 기업들의 AI 전략과 향후 전망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해정 기자]게임업계도 인공지능(AI) 경쟁이 불이 붙고 있다. 관련 분야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고도화되는 AI 기술은 향후 게임업체의 강력한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업계 빅3는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AI 기반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체들은 AI 기술 자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게임 외 다양한 서비스에 기술을 적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AI는 사람이 개입하는 수준을 벗어나 스스로 학습하는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다. 게임 이용자들은 반복되는 패턴이 아닌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나고, 자신만의 플레이 방식을 분석한 AI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받으며 더해진 재미를 맛볼 수 있을 전망이다.
게임 개발자들은 게임 개발에 소모되던 수작업을 AI가 빠르고 쉽게 대신해 줘 보다 높은 품질의 게임 개발을 할 수 있을 예정이다. 게임 서비스를 공격하는 핵 프로그램이나 악성프로그램 등도 AI가 탐지해 수월하게 막아줄 수 있다. 기존 게임에서 적용되고 있던 AI는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가 늘어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MMORPG '블레이드&소울' 무한의 탑 게임 플레이 장면./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는 AI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IT 분야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AI 연구개발 조직으로 AI센터(인공지능센터)와 NLP센터(자연어처리센터) 등 2개 센터와 AI센터의 게임 AI랩, 스피치랩, 비전TF를 비롯해 NLP센터의 언어 AI랩, 지식 AI랩 등 산하 5개 랩(Lab) 및 TF를 운영하고 있다. 엔씨 AI는 2011년 2월 AI TF를 시작으로, 2012년 AI 랩, 2016년 1월 AI센터로 확대됐다.
AI 센터 내 게임 AI랩은 게임 플레잉 AI, 게임 기획을 위한 AI, 게임 아트 개발을 위한 AI 등 게임 개발 및 서비스에 필요한 AI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스피치 랩은 음성·화자·감정인식 기술과 텍스트를 자연스러운 대화체 및 감정이 실린 음성 등 사람의 목소리로 변환하는 음성합성 기술을 연구한다. 게임 영역에 특화된 '음성 인식' 채팅 기능은 '리니지M 톡'(리니지M 커뮤니티용 메신저 앱)'에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감정 표현과 대화체의 한국어 음성 합성 기술을 개발해 다양한 '음성 합성'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비전 TF는 AI가 이미지 또는 비디오를 인식하거나, 생성적 적대신경망(GAN) 기술을 활용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NLP센터 내 언어 AI랩은 자연어처리 기술을 비롯해 질의응답 기술, 대화 기술, 문서요약 기술, 이야기 생성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AI가 텍스트의 중요한 내용을 파악해 요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식 AI랩은 AI가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지식을 추출해 저장하고, 새로운 지식을 추론하거나 생성·전달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사용자가 AI와 상호작용하는 정보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엔씨는 MMORPG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 '무한의 탑' 신규 콘텐츠에 AI 기술을 적용한 바 있다. 1대1 대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AI NPC는 사람과 전투를 하는 느낌을 주는 콘텐츠로 기획됐다. 엔씨는 기존 라이브 게임을 비롯해 신규 개발 중인 게임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씨는 온라인과 모바일 등 다방면에 AI를 적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개발과 투자를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백영훈 넷마블게임즈 부사장이 지난 2월 6일 구로 디큐브시티 호텔에서 열린 제4회 NTP에서 게임라인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넷마블게임즈 제공
넷마블은 지난 2월 6일 개최된 NTP(4th Netmarble Together with Press)에서 방준혁 의장은 AI를 고도화한 지능형 게임 개발을 위해 AI 센터를 설립하고, 북미 지역에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AI 랩(lab)도 세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넷마블은 2014년부터 개인맞춤형 게임서비스 엔진 '콜럼버스'를 개발하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5년간 게임을 운영하면서 쌓은 이용자들의 패턴, 습관을 분석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가령 게임 학습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용자가 게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성장 가이드를 개인별로 제공하거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이용자 성향에 더 적합하고 효율적인 콘텐츠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넷마블은 이용자들에게 훨씬 더 큰 재미를 줄 수 있는 혁신적인 게임 개발과 관련된 분야, 게임 운영을 더 효율적으로 잘 하는 방법의 개발과 관련된 분야, 게임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사람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서비스들의 개발과 관련된 분야 등을 연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넷마블은 최근 자사의 AI 센터에 미국 IBM 왓슨연구소 출신 이준영 박사를 센터장으로 선임했다. 넷마블은 AI 게임개발과 관련해 AI 서비스엔진 '콜럼버스'를 고도화하고, 지능형 게임 개발을 위한 AI 게임센터 설립 및 AI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북미 AI 랩 등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넥슨은 2017년 4월 넥슨코리아의 기존 라이브개발본부 내에 있는 '라이브분석실', '라이브인프라실', '게임콘텐츠분석팀'의 조직을 합치고, 새롭게 확장 개편해 '분석본부'로 설립했다. 이를 올해 12월 인텔리전스 랩스로 명칭을 변경했다. 인텔리전스 랩스는 지난해 약 100여 명의 인력 채용을 목표로 공개채용을 진행한 바 있으며, 공채 이후에도 꾸준한 상시채용으로 올해 연말까지 300여 명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사진은 피파온라인4 게임 캐릭터가 환호하는 모습./사진=넥슨 제공
넥슨은 매칭시스템, 튜토리얼시스템, 싱글플레이모드(봇AI), 게임 밸런스 조정, 작업장 핵 탐지 시스템 등 기존 게임에 AI가 독립적으로 개발돼 왔으나 기본적인 기능을 구현하는 데 우선 집중됐다고 평가했다. 게임플레이 환경을 충분히 제공해주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부가 시스템에 대한 고도화를 실현, 유저 이탈을 해결할 솔루션을 AI를 통해 제시하고자 했다.
넥슨은 국내 업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축적한 회사라며 이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 집약적인 새로운 기능, 서비스 개발, 다양한 자동화 시스템 등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나의 게임을 위한 기능이 아닌 하나의 기술과 서비스에 집중해 전문성을 강조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개발 중이거나 개발 예정인 분석 서비스로는 머신러닝 기반의 매치 메이킹 서비스, 유저 행동에 대응하는 액티브 어드바이저, 행동 패턴 학습에 기반한 작업장 탐지, 게임 영상 인식 기술을 이용한 핵 프로그램 탐지, 강화학습 기반의 AI, 러신머닝을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Open API, 게임 퍼블리싱을 위한 분석 기반의 서비스 등이 있다.
이경일 흥국증권 연구원은 "게임 AI는 전반적으로 PvE 콘텐츠에 적용되고 있고, 향후 어떤 식으로 발전할 지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고, 도입기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훈 LG경제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게임에서 AI는 현재 이용자들과 놀아주는 맞춤형 콘텐츠가 제공되는 등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AI 기술은 게임업체에서 꼭 필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