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한국 경제가 반도체 산업을 제외하고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기업의 종업원 수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때문에 이제라도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고 경제를 북돋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태다.
29일 한국은행 ‘2017 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2만여 외감기업의 영업이익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5.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보다 2배 넘게 오른 수치다.
특히 지난해 기업 전체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9.9% 증가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업체의 실적에 기댄 성장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양사의 반도체 수출액이 크게 늘면서 기계·전기전자 업종의 매출액 증가율이 18.6%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일자리’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해 매출 기준 상위 30개 기업에서 늘어난 일자리의 75%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기업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8일 매출 30대 기업의 2014~2018년 1분기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전체 종업원 수는 55만7541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1분기(54만4807명) 대비 1만2734명(2.3%) 늘어난 수치다.
이중 삼성전자의 종업원 수는 10만1280명으로 지난해(9만3859명) 대비 7421명이 늘었다. 2위는 SK하이닉스로 같은 기간 종업원 수가 2101명 증가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1년 사이 종업원 수가 5526명이나 줄었고, 삼성물산(621명), 대우조선해양(453명)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결과는 반도체 수요가 2016년부터 급격히 증가하면서 두 업체가 대규모의 시설 투자를 집행한 결과로 분석된다. 또 반도체 등 IT 분야를 제외한 중공업, 조선해양, 건설 등 나머지 주력 업종은 마이너스 성장세에 직면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연구원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반도체를 제외하곤 성장이 둔화됐다는 증거가 속속들이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하며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등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지향해 왔다.
하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 경제 성장을 끌어올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시키는 방안이 아닌 세금으로 연명하는 ‘소득주도성장’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들은 규제 완화, 노동 개혁 등의 정책을 통해 기업의 숨통을 트이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세가 꺾인 것이 사실인데, 현 정부가 이런 점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만을 고집하다가 우리 경제가 무엇이 취약한지 놓치게 된 것”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는 이상 경제 성장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도 “문재인 정부가 1년 동안 추진했던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정책은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켰다”며 “경제 상황이 나빠진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자리 창출의 주인공인 기업에 경제 자유 확대, 규제 완화라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런 상황을 인식해서인지 지난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정부의 정책기조가 제대로 가는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점검을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후 경제정책 방향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